[칼럼]그들이 말하는 ‘무자격’이 아닌 교장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최근 교육부에서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교장공모제 확대를 내용으로 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반대 기자회견과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다. 여기에 참가한 이들 다수는 현행 승진제도로 교장, 교감이 되었거나 현행 승진제도에 맞춰 승진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교장, 교감이 되기 위해 현행 승진제도에 맞춰 자신의 청춘을 오롯이 바친 이들이 평교사들이 자신들이 진출할 자리를 차지하여 자신들의 승진입구가 좁아지게 되는 것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내 청춘 돌리도’라고 얘기하거나 아님 더 솔직하게 자신들이 차지할 파이가 줄어들어 반대한다고 얘기하면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것도 아닌 ‘무자격 교장’을 이유로 내부형공모교장 확대를 반대하는 것에는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우리나라 교육이 곪을 대로 곪아 학생이나 학부모의 고통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2위,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풀이 식 과도한 학습노동, 부모들의 등골을 빼는 과도한 사교육 부담, 공교육 불신과 교육비 부담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등. 사회적 양극화와 경쟁 중심 사회구조나 학부모의 인식과 태도도 중요한 원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문제들은 교육당국과 학교 구성원이 그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할 일들이다. 그들은 이 모든 일들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을 근거로 국가의 세금을 받고 교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이 이리 된 데에 45만 교사와 11,000여 명의 교장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적으로 어느 조직에서나 그 조직의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 조직의 리더다. 따라서 학교라는 공교육 조직의 리더인 교장들은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 교육의 이 아픈 현실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이들이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안타깝지만 현재의 대부분 교장들은 ‘자격이 있는 교장’을 외칠 ‘자격’이 없다. 이 와중에 교장의 자격을 논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반 교육적인지 드러난다.

어찌 보면 이것이 우리 교육의 각종 병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자격증은 있으나 자격은 없는 교장들이 학교교육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교장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교장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부장교사7년, 대학원 학위, 0.0001 단위까지 계산되는 가산점(예를 들면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41조 ③항 1에 의하면 연구·시범학교 근무경력은 월 0.021점, 1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일 0.0007점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10년 간 받은 60시간 연수 시험성적 등등을 쌓아야 승진이 가능하다. 여기 어디에 수업 잘하고 아이들 상담과 생활교육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들어 있는가. 여기 어디에 교육에 대한 열정과 역량, 리더십을 높여야 하는 것들이 들어 있는가. 이렇게 쌓은 점수의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서대로 교감, 교장 승진 차례가 정해진다. 그들이 말하는 ‘자격 있는’ 교장의 실체가 이것이다.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 교장은 재단에서 임명한다. 이들은 당연히 위와 같은 공립학교 교장 승진 제도 밖에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 사립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학교는 24.8%, 고등학교는 67.9%다(교육통계서비스, 2017년 교육통계 주요지표). 그들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들 학교교장들은 ‘무자격 교장’인 셈이다. 왜 지금까지 그들은 이를 방치해 왔을까.

다른 전문직종에서 검찰총장 자격증이나 대법원장 자격증, 병원장 자격증, 소방서장 자격증, 경찰서장 자격증 같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이들 교육 잘 하는 교사가 교장이 되어야 한다. 점수관리가 아니라 수업과 교육적 지도를 잘하는 것이 교장의 자격이 되어야 한다.

끝으로 짧지 않은 내 교직 생활에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 하나로 얘기를 마치고자 한다. 시범학교 운영보고서를 내야 하는 어느 해 연말에 일 년 내내 단 한 번도 참여는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우리 학교 교사 두 명이 쓰레기 줍는 집게를 들고 교무실을 배회했다. 아이들 마지막 봉사활동으로 중랑천에 나가는 데 끼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두 명의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승진점수 관리를 가장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을 따라 나가 쓰레기 집게로 쓰레기 몇 개 줍고 봉사활동 시범학교 운영자로 이름을 올려 시범학교 가산점을 챙기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않고 담당교사에게 보고서에 이름 같이 넣어달라고 슬쩍 압력을 넣는 이들보다는 양심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들을 보는 나는 같은 교사로서 아이들 보기에 너무도 창피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의 교장 중에서도 존경받는 훌륭한 분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현 승진제도의 결과가 아니라 철저하게 그 분들의 인품이나 교육관 때문이다. 십 수 년 동안 0.0001점까지 가산점을 관리해야 교장이 될 수 있는 현행 교원승진제도야말로 진짜 무자격에 가까운 교장을 양산해내는 제도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정말 바꾸고 싶다면 전체 학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자율학교에만이 아니라 전국 11,613개 학교 모두에 내부형교장공모를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