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전과 존엄을 원하는 청소년들이 투표권 하향 운동을 시작했다 / 조영선 영등포여자고등학교 교사

4월내내 방과 후 여의도 농성장을 지켰다. ‘4월통과, 6월선거’를 통해 청소년선거권 하향을 위해서 청소년들이 43일간 농성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농성을 시작할 때는 청소년선거권이 뭐라고 농성까지 하냐는 핀잔도 있었지만, 어찌보면 이들에게 선거권은 안전과 존엄을 위한 기본권이었다. 이것은 ‘세월호’사건 때 이미 드러났다.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까지 세월호는 학교에서 ‘금기’였다. 배안에서 울려퍼졌던 가만히 있으라는 학교에서도 계속 되었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기에 ‘애도’하라고 했지만, 그것은 ‘개인적으로’ 허용된 것일뿐, 집단적인 애도조차 금지되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친구의 죽음을 기리려 리본을 나누는 것을 ‘애들이 뭘아냐, 학교에서는 이런거 하지말라’는 말로 금지되었다.

‘지금 이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왜 아무도 구조하지 않은건가요? 그 시간에 대통령은 무엇을 한 건가요?’라는 상식적인 질문은 침묵 속에 메아리쳤다. 이에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위한 서명을 받다가 관리자에게 뺏긴 학생도 있었다.

미국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총기 사고로 친구들을 잃고 겨우 생존한 학생들이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위험을 끝장내는 것은 자신들의 행동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학교에서의 침묵 시위, 휴업과 집회 등을 이어가며 선거인단 등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의회에서 몰아내는 길만이 자신들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 보장되고 있는 18세가 아니라 16세로 선거연령을 낮출 것을 주장한다. 총기규제를 거부하는 공화당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총기허용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바로 자신들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거연령 하향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 정당만 ‘교실의 정치화’를 걱정한다며 선거연령하향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자 정치이다.

한 청소년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요즘 애들 정말 말안듣는다면서 무서운 10대라고 하더니, 권리를 요구하면 판단력이 부족해서 어른들한테 휘둘린다고 하더라구요.’ 학생들은 나 아닌 누구에게 판단을 맡겼다가 돌아오는 것은 무고한 희생 뿐임을 ,견제받지 않은 정치권력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 다는 것을, 권력에 의탁하는 것만으로 내 안전과 존엄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지난 4년 목격하였다.

4년전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부패한 권력을 비호하던 바로 그 세력이 다시 ‘교실의 정치화’를 걱정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적폐는 누가 청산해주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함께 들었던 청소년들과 함께 청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촛불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