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학문.정치 논쟁, 학생들도 학교서 토론해야 (출처:경향신문)

“독일에서도 1960~1970년대 좌우 이념 대립이 심했습니다. 당시 독일(서독)에선 ‘1968년 학생운동’이 폭발하면서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가 격화됐고, 민주화·권위주의 타파·자본주의 비판 목소리가 거셌습니다. 연방 주선거에서 ‘철자법 대신 마르크스를’이라는 구호가 나올 정도로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됐고요.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기준에 대한 대타협으로 나온 것이 보이텔스바흐 합의입니다.”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독일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민주시민교육’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참가한 독일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 케르스틴 폴 교수는 현재 민주시민교육의 기준을 마련한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념 전쟁’으로 격화되고 ‘18세 선거권’ 도입으로 정치 교육 관련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징검다리교육공동체와 함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적용한 정치 교육의 가능성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폴 교수는 독일에서도 현재 한국처럼 ‘교과서 분쟁’까지 겪으며 극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1976년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학자들이 유명 와인 산지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합의된 세 가지 정치 교육의 공통 원칙이 바로 보이텔스바흐 합의다. 학생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안되고(제압 금지),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사안은 교육현장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뤄야 하며(논쟁성 규정), 학생들이 특정 정치상황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분석할 수 있도록(이해관계 지각)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 교수는 “논쟁적인 사안에서 교사가 특정 견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거나 교화하려 들지 말고, 다양한 견해를 균형있게 제시하며 학생의 주체적 판단을 지원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베’의 극우적 주장에 대한 토론, 서울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의 ‘박 대통령 옹호’ 훈화도 교육으로 볼 수 있을까. 폴 교수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생각거리를 던졌다. 그는 정치 교육의 주제는 “민주주의 스펙트럼 안에서 토론한다는 기본 원칙은 있지만, 무엇이 민주주의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면서 끊임없는 고민을 주문했다.

또 폴 교수는 “보이텔스바흐 합의 과정에서 국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며, 학술적 논의에 앞서 여러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면서 “한국에서 학생의 참여권, 정치 교육 시간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먼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국정교과서 문제의 경우 단일한 교과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독일인학교 게르트 베터 부교장은 실제 교실에서 이뤄지는 정치 교육에 대해 소개했다. 베터 부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사성 있는 학생 토론의 주제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 토론회, 의회 방문과 정치인 초청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견해와 주장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의 판단력을 키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베터 부교장은 “과거 활발한 학생 시위와 정치적 토론이 오늘날 학부모와 학생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면서 현실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문규 기자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100100&artid=201702152127005#csidxdd34c289b2b281db9a85d8b0ecd54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