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새 정부 교육정책, 철학이 필요하다.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국정교과서 폐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일제고사 폐지 등 교육관련 묵은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많은 지지와 환영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장관 임명이 두 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교육공약들은 아직 본격 시동이 걸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다음과 같은 교육공약을 제시했다.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수능으로 입시 단순화, 1수업 2교사제, 고교 학점제 운영을 통한 진로 맞춤형 교육,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설치, 초중등교육 시도교육청 이관, 교장공모제 확대, 국공립 유치원 확대,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 혁신학교 전국 확대, 자유학기제 확대, 특성화고 학점제 및 운영 유연화, 아동인권법 제정, 교사 증원,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기업 및 로스쿨 블라인드 채용 확대와 의무화,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 공영형 사립대 육성, 학교운영위원회 내실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S/W 교육 확대 및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 등이다.
위 공약들은 하나하나 현재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 제시된 해법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 공약들은 노골적으로 학교서열화와 차별을 내걸었던 이명박근혜 시기 교육정책들과는 일견 다른 궤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제시된 문재인 교육공약들은 그 전체를 관통하는 교육철학과 ‘교육을 통해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 잘 보이질 않는다. 김상곤교육부장관은 취임사에서 특권교육과 경쟁교육 문제를 해결하여 교육사다리 기능을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의 폐해와 교육 불평등의 구조화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교육의 공평성을 실현하는 문제는 주로 ‘어떻게’와 관계되는 문제라면,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은 ‘무엇을’과 관계되는 문제다.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라는 공교육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는 ‘다양성’이라는 논리로 밀어붙여진 서열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공교육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개인적 학습이나 부모욕구에 기초하는 사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달라야 한다. 공교육의 핵심은 공공성을 그 본질로 한다. 교육의 공공성이란 여러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민주사회의 근간이자 주체를 길러내는 것에 일차적인 목적이 두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바다.(교육기본법 제2조,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권위주의가 용납되던 굴뚝산업 시대와 달리 복지사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증하고 있는 시대에는 교육이 단지 개인의 성취나 국가의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수단으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추구권으로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즉 교육에 관한 한 ‘학생이 무엇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국가가 아동·청소년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권리로서의 교육, 복지로서의 교육의 관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입시라는 결과를 위해 교육받는 과정의 희생과 고통이 합리화되는 교육관과는 양립할 수 없다.
교육에서도 경쟁과 양극화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다. 경쟁교육, 입시교육,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인한 고통은 청소년 자살이나 학교폭력, 사교육비 부담 등 직접적인 문제 뿐 아니라 소외와 차별의 구조화와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교육 문제를 단지 여러 분야 행정부 업무의 하나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근간을 혁신하고 새롭게 다지기 위한 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교육문제에서 만큼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5.31 개혁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일부의 정책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교육관을 더욱 심화시키기조차 하였다. 따라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적폐가 되어버린 개별 정책들을 수술하는 선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교육받는 과정에서도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며 동시에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라는 공교육의 목적을 확고히 하고 이를 기준으로 교육개혁정책들이 입안∙실시되어야 5년 이후에도 굳건한 공교육의 기초가 다져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