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학교를 떠난 뒤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 / 이부영 징검다리 운영위원

작년 2월말로 34년 만에 학교를 떠났다. 아니다. 교사로 지낸 기간은 34년이지만, 초등학교 입학한 뒤로 줄곧 학교에서 지냈으니 초중등과 대학 학생시절 14년을 합하면 정확히 48년 만에 학교를 떠난 셈이다. 생각해보니 내 삶의 대부분 중요한 시기를 학교 안에서 지냈다.

학교를 떠나면서 든 첫 번째 느낌은 ‘해방’이다. 장기수가 감옥문을 나설 때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싶게 타의로 자의로 48년 동안 갇혀 지내던 곳에서 드디어 해방된 것이다. 해방이 되어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학교 안에서 행복하고 평화롭던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행복했던 경험은 주로 학교 밖에서였다. 학교는 수십 년이 지나도 적응이 잘 되지 않았고, 어찌할 수 없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지내왔다는 생각이다. 나름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생각했는데, 학교를 떠나서 생각해 보니 학생 노릇도 쉽지 않았지만, 교사라는 직업도 내게 그리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교사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학창시절을 ‘선생님 말 잘 듣고’, ‘학교 생활에 적응 잘 하는’, ‘품행이 방정한 모범생’으로 지내면서 그 누구보다도 배움과 성취의 기쁨을 경험했고, 교사가 되어서는 이 사회에 가치있는 일을 하는 보람을 느끼면서 안정적인 직업인으로 살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학교에서 얻은 것이 참 많은 학교교육의 최대 수혜자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얻은 것이 많은 만큼 학교에서 중요한 것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것을 학교를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학생신분일 때는 학교규칙에 맞게 학생 노릇한다고 최대한 내 본성을 애써 감추고 없애면서 학교생활에 맞춰서 살았고, 교사가 되어서는 학교라는 조직 속에서 해내야 할 일에 치여서 늘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다. 개성과 다양성, 창의성을 존중하고 기른다는 학교에서 내가 가진 개성과 다양성과 창의성은 때때로 조직을 해치는 걸림돌 취급을 받았다. 그래도 나는 남과 달리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는 ‘모난 돌’인 채로 살아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학교에서 해방되어 정신을 차려서 보니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지낸 48년 동안 ‘나’와 ‘내 본성’을 많이 잃고 왜곡되게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교 안에서의 내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고 학교가 원하는 모습에 맞춰진 것이다. 학교에 ‘잘 적응한’ 학교가 원하는 내 모습은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학교를 떠난 뒤부터 나는 학교에서 잃어버린 ‘나’와 ‘내 본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 하고 못하는지, 언제 배가 고프고 언제 잠이 오는지,,, 부터 하나씩 다시 짚어가며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하면서, 내 본성을 하나씩 찾을 때마다 행복했다. 이제야 진심으로 평화로웠다. 놀랍게도 내가 찾은 내 본성은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면서 지냈던 어린 시절 모습에 고스란히 있었다. 내가 되찾은 내 본성은 현재 어린 시절과 같은 자연 속에서 살고 있기에 그나마 되찾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도시환경 속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본 모습, ‘본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1년여 동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일놀이공부학교’에 찾아온 손님들을 관찰해 보면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자란 사람과 줄곧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시골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은 집안 곳곳을 설명하지 않아도 한 눈에 딱 보고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하고, 뚝딱뚝딱 만들어내면서 행복해 하는 반면에,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대신에 작고 연약한 벌레와 어둠을 무서워하고 풀과 흙을 지저분하다고 생각하고, 혼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다 되어있다. 대학을 나온 사람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요즘 내가 집에서 행복해하면서 재미있게 하는 일 대부분은 학교가 아닌 학교 밖에서 배운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한 것보다 행복하지 못하게 한 것이 더 많다. 그러면서 내가 학교교육으로 잘못 배운 것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 역시 학생 때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서 잘못 배운 것을 잘못인 지도 모르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열심히 가르친 것이 많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냈고, 학창시절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배운 대로 성실하게 교사노릇을 한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한테 지은 죄가 무척 많다는 것을 학교를 떠나고서야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서 가장 좋은 점 두 가지를 꼽으면, 첫째는 학교에서 잃어버린 내 본성을 되찾아서 내 본 모습대로 살게 된 것이고, 둘째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된 것이다.

학교를 떠나고 더욱 드는 생각이, 학교와 도시가 사람을 점점 ‘바보’로 만들고 불행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열심히 학교교육 ‘공범자’역할을 한 나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그동안 내가 지은 죄를 갚아가려고 한다.

 

*이부영

전, 서울강명초등학교 교사, 현재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가 지원하는 ‘일놀이공부 꿈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