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혁신학교를 일군 선생님, 김정안 선생님

인터뷰와 정리 : 박미자 ((사)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

햇살 따스한 날,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지원센터에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선생님은 책상위에 여러 서류를 가득 펼쳐놓고 일하고 계셨습니다. 웃으며 손을 잡고 나와서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선생님은 채식을 하시는 분입니다. 육류는 물론이고 일체의 생선도 안드시고 절충이 없는 완전한 채식을 하십니다. 밥과 김치, 연두부, 콩나물 무국을 담은 밥상을 마주하고 웃으며 맛있게 드십니다. 그리고 전망이 좋은 창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희궁 뜨락, 나무들이 곱게 물들어 있습니다. 가을이 깊습니다.

 

박미자 :

선생님, 선생님과 혁신학교는 함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이름만 들어도 혁신학교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삼각산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일구셨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과 혁신학교를 시작하는 일이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선생님께서는 뭘 믿고 혁신학교를 시작하셨습니까?

 

김정안 :

혁신학교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교육과정을 만드는 학교입니다.

혁신학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고, 계속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믿는 것입니다. 제가 있었던 삼각산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노력했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그러한 능력을 살리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생명체가 가진 생명력은 스스로 배우며 살아가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배움의 능력은 전인적인 능력입니다. 배우며 살아가는 능력은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 미래사회의 불확실한 삶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배우는 능력은 주입식 교육으로는 절대 살려낼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살려야만 배우는 능력도 살려낼 수 있는 것이지요.

 

박미자 :

그렇군요.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살려내는 일은 우리사회 어디에서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 문제입니다. 자율성을 살리는 교육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정안 :

인간의 자율성은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민주주의를 이론뿐 아니라, 삶으로 살아야만 배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 협력수업을 통해서 토론하고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자기결정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수업과 평가와 생활교육의 모든 교육과정을 함께 살아가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으로 구성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혁신학교는 위에서 내려오는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토론하면서 만들어갔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민해야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인 역량과 정서적인 역량, 인지적인 역량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교사들도 스스로 결정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동료들과 의논하고 전체적으로 토론의 시간을 갖고 자기스스로 결정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민주주의 그 자체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배움의 힘입니다.

이러한 배움의 힘을 받쳐주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규제할 수 있는 민주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역할입니다. 그런데, 근대교육에서 생활과 배움이 분리되면서 공부라는 것이 이론을 많이 아는 것이라는 오해가 생기게 되었지만, 교육은 본래 이론과 실천이 하나입니다. 생활을 통해서 배우고 배운 것을 또 생활로 풀어내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자기나름대로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보고, 자기반성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혁신학교는 교육의 내용뿐 아니라 생활을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미자:

삼각산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를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특히 고맙고 이쁘던 모습을 좀 소개해주시지요.

 

김정안:

혁신학교를 하면서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친구도 도와주는 학생들이 교사를 믿어줄 때 고맙고 이뻤습니다.

가장 고마웠던 것은 제 1회 졸업생들입니다. 졸업생들은 졸업문집을 자체적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자체 제작한 졸업문집을 제목을 “삼룡이”라고 붙였습니다. ‘삼각산에서 용이 된 아이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이렇게 컸다고 느끼고 그런 상태에서 사회로,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로서 이보다 더 아름답고 고마운 일이 있을까요?

 

박미자 :

이렇게 좋은 혁신학교지만 일이 많다고 미리 겁을 먹고 힘들어하는 후배교사들도 있습니다.

격려의 말씀을 좀 해주시지요.

 

김정안 :

혁신학교 초기에는 일종의 성장통이 올 수 있습니다.

서로 협의하여 낡고 불합리한 것을 없애고 새롭고 가치있는 교육활동 , 문화, 관계, 제도 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초기에는 이와 같은 일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바꾸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해보는 것보다 힘들고 노력이 많이 들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기간은 학교 조건이나 구성원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문화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이는 학교효과를 몇 배 높여주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함께 협력하여 변화를 일구고 나면 다음의 네 가지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첫째는 서로 존중하고 협의하는 문화가 교사들의 자존감과 주인의식을 높여준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함께 의논하고 협력하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교육활동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교사도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셋째는 무엇인가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할 때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넷째는 아이들의 성장을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밝아지고 씩씩해지고 자신감이 커집니다. 서로 돕고 응원하고 공부하겠다는 의지도 높아지고, 교사들을 믿고 따르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점이고 교사로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화를 시작하면 희망과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박미자 :

선생님께서 교사로 평생을 살아왔는데요, 학교에서 힘들었던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힘들게 살 것입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하여 노인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데요, 선생님께서는 고립된 청년은둔자들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갖고 말씀하시는 것을 일전에 징검다리모임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말씀을 좀 해주시지요.

 

김정안 :

가장 어려운 학생들은 좌절된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은 가정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삶의 조건이 각각 모두 다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픕니다. 혁신학교에서 삶을 배우는 것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학교밖에서는 또 다른 좌절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좌절과 아픔을 겪는 사각지대의 청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른 채 은둔자로 살아갈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인간의 사회성은 성년이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지원과 상담을 넘어서 동료와 함께 관계를 맺고, 일을 배우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유와 학습, 일을 통해서 생활을 책임지는 성취감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박미자 :

선생님께서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일들 중의 한 가지, 가장 마음 아프고 힘들었던 일중의 한 가지를 소개해주시지요.

 

김정안:

가장 기뻤을 때는 두 아들을 낳았을 때입니다.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일은 교사로서는 무기력하고 상처많은 학생들을 매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로서는 자식의 어려움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박미자 :

선생님, 촛불항쟁이후 청소년들이 가장 간절하게 요구하는 것은 18세 선거권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아직 어려서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어른들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김정안

18세 선거권은 당연히 주어야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지금 현재로도 투표를 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시민교육내실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투표권을 주고나면 18세가 전혀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박미자 :

선생님께서는 2017년 10월 18일에 2017년 교보교육재단, ‘2017 교보교육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창의인재 육성 부문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삼각산고등학교에서 교육활동으로 1인 1프로젝트 소논문, 창의적 글쓰기, 공부두레, 토론·발표·질문 중심의 창의수업 등을 진행하고 혁신학교 운영에 책임을 맡으면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창의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에 기여한 점에 대하여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소회를 좀 말씀해주십시오.

 

김정안 :

제가 참여해 온 혁신학교, 평화교육이 지금 해야 할 교육혁신의 바른 길이라는 점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고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살아 온 것에 대한

인정이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다만 교사가 교육으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쑥스러운데, 혁신교육이란 것이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니 함께 받은 것으로 생각하니 덜 미안해집니다.

 

 

선생님의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선생님 스스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오셨고, 교단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오신 언론인의 아내이기도 하며, 이제는 장성하여 36세, 37세인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신 김정안 선생님…..

선생님과의 대화는 즐겁고 긴장감을 갖게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혁신부장을 맡았던 시기는 정년을 4년반 남겨 놓은 시절입니다. 새로운 일에 뛰어들기 보다는 명퇴를 고민하거나 교직을 마무리할 지위를 고민할 시기인데, 온 힘을 다해서 다시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년퇴임 후, 서울교육청에서 학교혁신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아서 후배교사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