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Q1. 안녕하세요? 최근 교육관련해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셔서 우리 징검다리회원분들 중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20년째 살아오고 있습니다. 주로 시골의 작은 학교에 근무했는데 어쩌다 팔자에 없는 책을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그저 학교에서 살아가는 울분과 회한 나아가 희망을 담아보고자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책이 좀 알려지게 되면서 이름이 좀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곽노현 이사장님을 비롯해서 좋은 분들이 정성을 담아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그 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015년 10월에 “대한민국 교원단체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로 실천교육교사모임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초대 회장에 이어 올 초에 2대 회장에 당선이 되어 현재 연임을 하고 있습니다. 덤으로 교육부 초등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을 맡고 있고, 한국일보에 정기적으로 교육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연대회의도 있고 하다 보니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데 다른 어떤 프로필보다도 초등교사라는 것이 제게는 제일 어울린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Q2. 최근 일명 조국사태로 교육문제가 다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이번 조국사태로 제기된 교육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에서 정유라 입시 비리가 국민의 공분을 샀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한 번 터지기 시작한 의혹들은 비선실세에 의한 헌정질서 유린으로까지 드러나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되구요.

촛불민심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그래서 더 공정을 강조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의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조국 교수 자녀의 입학에 대한 특혜 의혹, 사모펀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공정성,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 것으로 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의혹들은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로 진영 간 세 대결로까지 번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하기까지 되었는데 ‘검찰개혁’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국민들에게 남겼다고 봅니다.

조국사태가 교육계에 끼친 파장도 적지 않습니다. 작년에 대입제도 공론화 끝에 수능과 학종 논쟁을 가라앉혔는데 이 논쟁이 다시 일어나게 했습니다. 입시공정성이 다시 화두가 되었습니다. 공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같은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각자가 처한 위치와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교육계 이슈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 내부형교장공모제 확대, 자사고 재지정, 자사고·외고·특목고 폐지, 교원성과급, 학생인권 신장, 교권 보호, 교육자치 확대 등을 이야기하며 서로 공정을 얘기하지만 그 의미는 또 다릅니다.

이해득실과 유불리가 공정으로 포장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교육이라면 특히 그러해야 합니다. 결국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을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기에 저는 이 가치를 공생으로 봅니다. 교육문제도 ‘어떤 게 공정하냐?’는 논쟁을 끝내고 ‘어떻게 같이 살아갈까?’를 논해야 한다고 봅니다.

 

Q3. 얼마 전 국회에서 ‘공교육 강화와 입시공정성 강화를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는데 간단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국사태를 겪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입시공정성 확보 방안을 당부했습니다. 작년에 공론화를 거치며 합의한 수능, 학종 논쟁이 다시 불이 붙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기에 교육부로서도 당혹스러웠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교육단체가 먼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에 학생부 기재 방식을 개선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수능·학종 논쟁에 밀려 이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학종이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는 마당에 학생부에서 불신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교육단체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취지에 공감하며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교총이 함께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라 생각합니다.

교육단체들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 느껴 서영교 의원 등 몇몇 의원들에게도 제안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였던 만큼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더 반가운 것은 국회 교육위원회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지난 9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공정성 강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공청회의 취지는 교육단체별 백가쟁명식 제안을 넘어서 숙의를 통한 합의안을 모색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교육 주체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공교육 정상화의 단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자면 새로운 내용을 제안하기보다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내용들을 모아 정치권과 시민들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던 셈입니다.

 

Q4. 당시 공청회에서 합의문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 많은 입시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시 수능 확대가 아니라 수시 비교과영역을 정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의했습니다. 이후 공동합의문을 작성해 발표를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능 확대는 공정성 확대가 아니라 교육의 퇴행이다. 사교육 금지에 대한 위헌판결이 난 현시점에서의 수능 확대는 사교육비 지불 능력에 따른 교육 양극화를 초래하고, 과거의 문제 풀이 주입식 교육으로의 교육 퇴행을 야기할 뿐이므로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

2) 학생의 부담 경감과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학부모 입시 개입의 불공정성을 고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개인 봉사활동실적, 사교육이나 스펙 품앗이의 영향권에 있는 수상실적, 자율동아리 등의 비교과 항목의 개선이 필요하다.

3)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6명의 후보 중 5명이 공약으로 내걸며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고교서열화 해소는 즉각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철폐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는 특수목적을 가지고 양성할 만한 특이한 재능이라 볼 수 없으며, 외국어고를 포함한 영재학교, 과학고, 전국단위 자사고, 광역단위 자사고, 국제고 등의 고교서열화는 다만 특권교육의 온상이 될 뿐이다.

4) 국가가 아닌 개인 중심의 교육과정으로의 교육 패러다임 교체를 위하여 고교 학점제가 내실 있게 준비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교사의 평가권 확보 특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실업계 과목 교과들(가령 인터넷 상거래, 타일 시공, 가이드 영어, 중장비 운전 등)에 대한 학점화를 보완, 강화해야 한다.

5) 대학 진학률 저하 경향, 학령인구 감소, 학점제 전면 시행 등의 제 교육 조건 변화를 면밀히 검토하여 내신성적 및 수능 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출발점의 사회적 격차 해소 방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Q5.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혁신교육과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통해 교육정상화를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징검다리 회원이시기도 하신데 이러한 징검다리 활동이 교육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개인적으로 징검다리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활동이라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곽노현 이사장님과의 인연을 계기로 해서 징검다리교육공동체 회원이 되었습니다. 이 단체를 만들며 이사장님이 밝힌 심정을 충분히 공감했기에 선뜻 회원으로 이름을 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름만 걸어두고 활동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징검다리소식지>를 꾸준히 받아보며 눈부신 활동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은 우리 교육에 큰 이정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활동들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교원정치기본권 찾기 활동입니다. 그 취지에 적극 공감했기에 헌법소원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헌재에서 심의중인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정부에 권고를 했던 만큼 하루빨리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확대되면 깨어있는 시민교사들이 우리 교육의 앞날을 더 주체적으로 세워갈 것입니다.

 

Q6. 끝으로 징검다리 회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짧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곽노현 이사장님이 그의 저서 <징검다리 교육감>에서 스스로를 징검다리라 불렀습니다. 자신도 징검다리를 놓을 테니 많은 사람들이 그 징검다리를 밟고 지나 교육혁신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밝혔습니다. 그 글을 깊이 공감하면서 고향마을 개울을 가로지르던 징검다리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무주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개울에서 참 많이 놀았습니다. 개울을 가로질러 놓은 징검다리를 밟으며 매일 학교를 오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반듯한 다리가 만들어져서 그 옛날의 풍경은 사라지고 없지만 고향집을 오갈 때면 잠깐 개울가에 차를 멈추고 그 시절을 회상해 보기도 합니다.

단톡방이 많다보니 모든 알림을 꺼놓고 사느라 징검다리 회원분들 소식을 제때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시간 날 때 쓱 훑어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회원분들 모두 참 열심히 사시는구나’ 하며 자극을 받습니다. 올려주시는 글, 사진들 잘 보고 있습니다. 보내주시는 소식지도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연 하나하나가 징검다리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