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부는 국제적 수치인 전교조 법외노조 해결해야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지난 6월 시작된 전교조의 법외노조 해결을 위한 농성이 100여 일째를 맞고 있다. 위원장 단식으로 시작된 농성은 수석부위원장과 전국 각 시도 지부장, 해고자들의 단식으로 이어지며 추석 명절도 넘길 모양이다. 정부도 전교조도 마치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같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전교조 법외노조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국제표준에도 어긋나지만 무엇보다 최근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이 저지른 사법농단의 주요 거래사안이었다는 점에서 하루라도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을 순직처리 함으로써 기존 법 해석과는 다른 과감한 조처를 취하였다. 옳은 것을 우선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은 지지와 환영으로 답했다. 이와 비교하면 전교조 법외노조를 이리도 오래, 이리도 합리적이지 않게 끌고 있는 현 정부의 처사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6만 조합원이 있는 조직에 9명의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처사는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전교조를 백안시 하는지, 동시에 역설적이지만 그들이 전교조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그들이 법적 근거로 댄 것은 ‘이 법에서 “교원”이란…교원을 말한다.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노동위원회법」 제2조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는 교원노조법 제2조였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과 제23조제1항은 ‘노동조합이 자주적 단결체로서 근로자 아닌 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임원으로 선출될 경우 노동조합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하에 해고된 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주체성’과 ‘자주성’의 이름으로 어제까지 조합원이었던 해고자를 노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조항이다. 주체성과 자주성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다.
상식적으로 해고자는 노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거나 노조의 책임자 위치에 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조항은 이런 적극적인 노조 활동가들을 노조에서 배제하여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위해 법을 악용하고 있는 전형적 사례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 노조이며 따라서 ‘노조할 권리’는 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조항은 1980년 국보위 시절 만들어져 1997년에 폐지된 군사독재시절 유산인 ‘제3자 개입금지법’을 떠올리게 하는 악법조항이다. 아니 오히려 제3자 개입 금지법 보다 훨씬 개악된 것이다. 제3자 개입금지법이 노조 밖 진보적인 단체가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박탈을 규정하는 조항은 기본적인 노조 활동 자체를 사실상 제한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온갖 사유로 정당한 노조활동을 해고 근거로 남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노동조합및노동관계 통합법 제 296조 제1항)과 일본(노동조합법 제3조)은 모든 당연히 해고자도 포함되는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노동법전 L.411-7조)는 일정 직업에 1년 이상 종사했던 자는 직업 활동이 종료되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거나 자신이 선택한 노조에 신규 가입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NLRA 제 2조 3항)도 노동쟁의 또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실직자(고용부가 문제 삼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ILO는 조합원 및 임원 자격요건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으로 규약으로 결정할 사항(결사의자유위원회, 제327차 보고서, 2002년, 490항)이라며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과 제23조제1항 폐지’를 여러 차례 권고하였다. 이처럼 실업자마저 조합원 자격을 부여받고 있는 외국 사례를 볼 때 조합 활동으로 인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며 국제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사법부와 청와대의 정치적 거래를 위한 것이었다니 말해 무엇 하랴.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의 ILO 비준을 약속한 바 있고 얼마 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나라 노동권을 국제적 수준으로 신장시키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ILO 회원국인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부끄럽게도 현재 이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중국과 한국, 마샬제도, 팔라우, 통가, 투발루 6개국뿐이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나라,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한 나라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달리는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 속에서 머리띠 질끈 동여매고 길가에 앉아 단식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전교조와 정부가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망가진 교육을 되살리는 일에 힘을 합쳐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문재인 정부 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가 교육부이며 교육부장관 교체가 예고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정부는 더 이상 대법원 판결이나 법 개정 혹은 ILO 비준 같이 변죽을 울리는 명분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세계가 부러워하고 인정하는 민주주의 선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촛불혁명의 나라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