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달라도 좋아(We are all unique)’ / 윤미란 (국립한국경진학교 교사)

2019년 한 해를 정리하며 교수 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공명지조(共命之鳥)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의 새로, ‘목숨을 함께 하는 새’를 말한다. 불교에 등장하는 이 새를 보면,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둘 다 죽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다가,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도 죽게 되는 ‘공동체’임을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를 나타낸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의 모습이 단지 2019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20년 올해도 여전히 스카이, 서성한, 중경외시 등으로 대학을 서열화하여 차별을 정당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차별과 배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등 ‘우리’의 분열과 혐오는 ‘일상화’되었다. 그동안 ‘민주주의’를 목놓아 외치면서도 우리의 일상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럼 민주주의(民主主義)란 무엇일까? 나는 타인과 내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특히 약자와 소수자의 고통에 연대하는 게 민주주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제15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usan International Kids&Youth Film Festival, 이하 BIKY)에 다녀 왔다. 올해로 세 번째 방문이다.

BIKY에서는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달라도 좋아(We are all unique)’ 라는 슬로건을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BIKY가 지향하는 방향은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맞추어 올해도 BIKY에서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콩고에서 온 미등록 이민자 빈티 가족의 긍정적인 모습을 그린 <말괄량이 빈티와 오카피 클럽>, 르완다 내전을 다룬 르완다 영화 <나일강의 소녀들>, 세네갈 출신 소년 암람과 독일의 부유층 소녀 클레어의 대비가 돋보였던 <태양 아래 클레어>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단편영화 모음 <레디액션12>,<레디액션15>,<레디액션18>도 올해 빠지지 않고 상영되었다. 이 영화들은 주로 청소년들의 인권과 정체성의 문제, 가족과 학교 등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화적 충돌, 사춘기의 섬세한 감수성 등 현실에 늘 존재했지만, 우리가 다양한 이유로 모르는 척 지나쳤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우리 눈앞에 제시하고 있다.

내가 매년 BIKY에 참여하고 BIKY 영화제를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끝없는 경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소비가 미덕을 넘어 소비를 과시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를 계층화하고 서열화하여 진입 장벽을 높인다. 상대방의 개성과 다름이 차별과 혐오의 원인으로 둔갑하고, 소수자와 약자의 배제에 침묵으로 동의하는 현실 속에서 BIKY에서 상영한 영화들은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준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인정했던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고통에 얼마만큼 공감했던가? 과연 내가 일상적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BIKY 영화제가 끝나면 이러한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지난 일 년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일 년을 다짐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닿는 한 계속 BIKY 영화제에 참여할 생각이다.

 

2020년에는 ‘달라도 좋아(We are all unique)’ 라는 BIKY의 슬로건처럼, 서로의 개성과 다름을 존중하면서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예의를 지키고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중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남과 화목(和睦)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르다’와 ‘틀리다’, ‘차이’와 ‘차별’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남은 2020년은 갈등을 지혜롭게 조정하는 화해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2020년을 특징지을 사자성어로 ‘화이부동’이 선정되면 어떨까 하고 혼자 조용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