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학 공공성과 민주시민교육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학교는 공공재다. 국가에서 세우고 운영하는 국·공립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이 세운 사립학교도 마찬가지다. 공공재란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익실현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학교를 세운 사학설립자들의 사회적 권위를 인정해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학의 권위가 설립자 개인 혹은 그 일족의 권력으로 변질되며 사회적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권위가 권력으로 변질되는 것과 동시에 공공재로서의 사학은 사적 영리수단으로 변질되어 왔다. 그들이 사적 영리를 도모하고자 했다면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나 기업을 세우는 게 맞다.
건실한 사학도 있지만 많은 사학들이 이렇게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잃게 된 것은 사학 운영진들의 덕성부족이나 품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 출발은 사학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인건비 등을 비롯한 운영비를 공적으로 지원하면서도 공공적 성격이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않은 데서 시작되었다.
아무리 거룩한 집단도 견제받지 않으면 정체되고 부패하게 된다. 하물며 해방 이후 공사립 불문하고 학교라는 조직 안에 민주주의가 자리하지 못했고, 교육행정체제 역시 전형적 관료주의에 지배당해 왔던 사실을 생각하면 제도화된 사학 견제장치 부재는 다양한 사학 문제를 이미 예비해 놓은 것이나 진배없다.
이사장과 그 친족들의 복마전 같은 이권개입, 급식비리, 채용비리, 입시부정, 인사 갑질, 최근에는 스쿨미투까지…교육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많은 발원지가 사학인 이유는 사학 공공성 취약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정부시절 사학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이루어진 사학법개정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데 앞장섰던 이가 탄핵된 대통령 박근혜이고 소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분쟁을 조장했던 것이 다 이명박근혜 시절이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1,000여개 학교 중 사립학교는 초등 1.2%(74곳), 중학교 20%(637곳), 고등학교 40%(947곳)이다. 중등교육의 40%가 사립학교인 셈이다. 고등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의 94.01%, 대학교육의 80%인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가히 사학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학 비중이 높고 사학에 대한 공적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법으로 의무교육을 명시하여 학교는 국민 전체와 관련된 곳이다. 게다가 갈수록 복지로서의 교육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일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책무가 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학과 관련된 사법부 판단은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할 것을 강제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되는 것이 사학법이다. 이제는 사학법을 다시 손봐야 할 때가 되었다. 사학에 대한 공적 관리와 통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확립할 때가 되었다.
사학의 문제는 단지 교육 공공성 회복만을 위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 목적임을 명시한 교육기본법 제2조의 실현을 위해서도 요구된다. 오늘날 문제사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문제들은 학교 안의 민주주의와는 양립불가능한 일들이다. 학교 안에 민주주의가 살아있지 않고는 민주시민교육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야말로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으로 사적 욕망과 공적 가치 간의 타협과 조정을 이루어내는 일이다. 공교육에서는 특별히 공공적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설립초기 재산의 일부를 출연했다는 사실 외에는 사실상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학 역시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공공적 가치와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학교가 사적욕망에 의해 지배되고 작동되는 한 민주시민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촛불이 타오른 것은 비리와 적폐청산, 민주주의 확대를 위함이었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새 정부를 수립하고, 선거를 통해 자유한국당을 심판하고, 언론을 비롯한 각 분야 적폐청산이 진행되고 있다. 14명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키는 것을 통해 국민들은 이제 교육계에 적폐청산과 민주주의 확대를 명령하고 있다. 사학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혁신교육정책을 펼친다 해도, 교육부 권한을 이양해 교육자치를 강화한다 해도 교육적폐청산과 민주시민교육 확대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사학문제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과 사립학교 학생·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전체의 문제이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향배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것이 지금 이 시간에도 사학비리와 사학재단의 전횡에 맞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