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나는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에 가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그 넓은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 힘든 노동처럼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 넓은 매장을 칸칸이 꽉 채운 상품들을 보노라면 멀미 같은 게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 많은 물건들이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바로 채워지는 것을 보노라면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진열대를 가득채운 물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자연으로부터 온 것임에 틀림없는데 여기를 채운만큼 훼손되고 생채기 난 산과 강과 나무와 흙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센과 치히로에 등장하는 괴물이 입으로 온갖 오물을 끝도 없이 토해내는 장면과 꼭 반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있는 괴물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작동되는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로 빨라져 이제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더 좋은 상품을 사라고 유혹하는 광고에 둘러싸여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에 손을 뻗으면서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로 가는지 잊은 채 살고 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실은 우리 아이들과 그 다음 세대 아이들의 몫을 빼앗는 일이라는 걸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학교를 가는 대신 매주 금요일마다 지구를 지키자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여 전 세계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스웨덴의 어린 학생 그레타 툰베르그의 기사는 어른인 우리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녀의 행동은 드디어 2019년 2월22일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지구를 살리자’는 공동행동의 불씨가 되었다.
우리들이 저지르고 있는 환경파괴 속도에 대한 생각은 지난 6월22일 있었던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 기조발제자였던 거트 비에스타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이란 개인의 사적 욕망을 집단의 공적 욕망으로 전환하는 것을 배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의 자유 실현이란 가능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일이며 모두의 자유를 인정하고 실현시키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켰다. 현실에서 우리는 자유를 ‘평등하게’ 실현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 지점에서 자기 제한, 자기 절제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여 빚어지는 인간관계를 파괴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소환되어야 하지만 우리 욕망의 총합이 초래하는 환경파괴를 막아내는 문제에서야말로 민주주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 인류존속이 가능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공교육에서는 환경파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접근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탄소배출, 자원고갈, 지구 온난화, 과잉소비 등의 문제는 민주시민교육과는 별개인 환경 교과에서나 다루어지는 문제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를 다루는 환경교과마저 유행처럼 잠시 교육과정 안에 들어왔다가 지금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가치와 삶의 태도로 체득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라 할 때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각자의 삶의 태도를 익히는 교육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편리함이 주는 달콤함을 포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재난영화에서 매번 재연되는 끔직한 지옥도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계절의 경계가 점차 사라져버리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이상기후를 몸소 겪으면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나의 욕망을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스스로 제한하는 것을 배우는 일은 공교육의 중요한 과제이며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영역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 내가 겪는 가벼운 멀미가 자연파괴와 세상파괴에 대한 경고로 끝나고 우리 모두가 함께 타고 있는 지구라는 배의 침몰을 막는 길에 모두가 함께 나서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해 세상을 소비하고 정복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자기욕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세상과 대화하는 것을 배우도록 하는 민주시민교육은 이제 더욱 절박한 요구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나서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은 교육이 받아안아야 할 시대적 요구다. 그러니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제한하는 일이 더 오래, 더 잘사는 길임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일이다. 민주시민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은 그 일에 대한민국 모든 학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징검다리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