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8세 선거연령 인하는 촛불개혁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10월29일 시작된 촛불은 벌써 17차 째를 훌쩍 넘기고 있다. 연인원 1,000만을 넘긴지도 벌써 오래다. 월화수목금 직장으로 출근하고 토요일엔 촛불광장으로 출근하느라 주말을 잊은 지도 오래다. 몸은 힘들어도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다. 국가의 존망이 우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외에는 주로 나라운영을 정치권에만 맡겨놓았었다. 그러나 결국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까지 초래되었으니 더 이상 그들에게만 믿고 맡기고 기다릴 수 없게 되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든 이유다.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는 과정은 결코 현재의 선출된 정치인들에게만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범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국정농단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앞으로 이런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들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에도 질서정연한 퇴진 등을 운운하며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회 탄핵 표결을 앞두고 복잡한 정치셈법을 앞세웠던 그들이다.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촛불국면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참정권 확대는 단지 여러 개혁입법 중의 하나가 아니다. 또 다시 박근혜-최순실 같은 국정농단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구다. 그래서 국민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이나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는 다른 어떤 개혁조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연동형 비례제, 18세 선거연령 인하, 교원·공무원의 정치기본권 회복 등은 현 법체계에서 국민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장치들을 제거하고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들이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18세 선거연령 인하는 지난 1월 9일 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여 가장 먼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는 결국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다. 게다가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이를 2020년에 적용하는 것에 합의하였고 자유한국당은 학생들의 투표권 행사를 문제 삼아 학제개편 요구를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현 정당들이 개혁을 추진할 의사가 있기나 한 것일까? 민주당은 내심 18세 선거연령 인하가 아니어도 이번엔 정권교체에 문제가 없다는 식이고,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은 선거연령 인하가 자기 당에 직접적인 이익이 될 것이란 확신이 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2020년까지 미룰 것도 없는 일이며, ‘교실의 정치화’라는 말도 안 되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실증적 반박자료라도 찾아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논박했을 것이다.
실제로 민변 아동위원회는 지난 15일 성명서에서 2016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 수치만으로도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중 9.7% 정도만이 만 18세에 해당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즉 18세 중 90.3%는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나 사회인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도 올해 선거에서만이 아니라 이후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 선거, 대통령 선거 등에서 실제 고등학생이 선거권을 가질 비율이 전체의 25%에 못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선거는 대부분이 상반기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학제개편 운운하며 18세 선거연령 인하에 생떼 쓰듯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가는 자명하다. 그들의 주장은 실은 고등학생들을 방패막이 삼아 18세를 맞은 대학생과 일반 사회인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OECD 유일의 19세 선거권 국가임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법적으로 군대 가고, 결혼하고, 세금내고, 공무원이 될 수 있는 18세의 권리와 의무를 재론할 필요도 없다. 18세 선거연령 인하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어떤 합리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1,000만 촛불 시민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다.
굳이 당장 실시하지 않더라도 공론화가 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18세 선거연령 인하는 현 정치권의 ‘개혁의지와 능력’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래서 다가올 조기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 18세 선거연령 인하를 뒷전으로 밀어버린 정당들 중에서 집권할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한 시름이 깊어지기만 한다. 민주주의의 시계바늘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일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