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선거로 배우는 민주시민교육]곽노현 “선거교육 중립성? 문제없다” (출처 : 경향신문)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곽노현 이사장, 강민정 상임이사 / 백철 기자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곽노현 이사장, 강민정 상임이사 / 백철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17개 중·고등학교에서 선거교육 및 실제 교육감, 시·도지사 후보에 대한 모의투표가 진행 중이다. 징검다리 교육공동체가 제안한 ‘모의선거로 배우는 민주주의’ 프로젝트는 공교육 체계 안에서 선거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징검다리의 곽노현 이사장(전 서울시교육감)과 강민정 상임이사에게 선거교육과 모의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대선 때도 청소년 모의선거가 진행된 바 있다. 이번 모의선거는 지난해 모의선거와 무엇이 다른가 

곽노현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교육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교육 속에서 청소년 모의선거를 진행해 보는 게 민주시민성 교육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세계의 사례를 찾아본 게 2년 전이다. 미국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 초등학교에서 1968년부터 모의선거가 진행되고 있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거의 제도화라고 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이번 선거교육은 ‘선거란 무엇인가’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실제 교육감, 시·도지사 후보에게 청소년들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민정 “저희는 학교가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바람직한 유권자로 성장하도록 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공교육은 학생들에게 선거를 가르치고 준비된 유권자로 키워낼 책임이 있다. 선거 때마다 선거권 연령 인하가 쟁점이 되고, 청소년들의 선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학교 안에서 모의선거를 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공교육 안에서 모의선거 교육이 뿌리내린다면, 12년의 공교육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수차례 유권자로서 고민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한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서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훨씬 바람직한 유권자로서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곽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학생들이 준비된 유권자가 되려면 학교 안에서부터 선거를 체감해야 한다. 모의선거 교육은 청소년 스스로가 선출직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적절한 후보인지 판별하는 훈련의 기회다. 또한 개헌이 이뤄진다면 시민들의 투표권이 더욱 강화된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민의 개헌 발의권, 국회의원 소환투표 등이 들어 있다. 국민에게 입법 발안권을 주자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개헌이 되면 투표할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 선거교육이 학교 현장에 정착해서 학생들이 여러 투표의 형식과 의미를 고민할 시간을 줘야 한다.”

 

-현장에서는 2시간가량 선거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 뒤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던데, 교육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곽 “제 생각엔 교육감 후보 평가 1시간, 시·도지사 후보 평가 1시간을 해도 부족하다. 할 수만 있다면 각각 2시간을 하고 싶다. 그 정도는 해야 학생들이 교육감의 정책이 학교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시·도지사의 공약이 우리 동네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고민할 수가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 자체가 워낙 빡빡하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공교육 체계 안에서 많은 시간을 쓰기는 어려웠다.”

강 “저희가 선거교육을 기획했을 때 모의선거 사전교육을 기본적으로 3시간을 잡았다. 첫 시간에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가르치고, 두 번째 시간에 선거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마지막으로 실제 교육감과 시·도지사 후보를 놓고 공약 평가와 토론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학교마다 교육과정 진행 정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수업시간은 다 다르다. 우리도 교육청 차원에서 모의선거가 실시되도록 요구할 생각이다. 독일만 해도 3490개 학교가 모의선거에 참여하고 있고, 2022년까지는 모든 학교에서 모의선거가 실시된다.”

 

-선거교육의 중립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었나.

곽 “요즘 학부모들이 굉장히 깨어 있다. 학부모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마다 선거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 청중 성향이 진보건 보수건 간에 선거교육의 필요성에는 압도적으로 공감한다. 저희가 굉장히 강조하는 게 보이텔스바흐 합의다. 1976년 독일에서 만든 민주시민교육 원칙이다. 수업에서 교사가 특정 정당, 후보에게 편파적인 선거교육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 선거교육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을 모시고 집담회를 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은 어떤 후보 지지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런 사례들을 모아서 다음 번 선거교육은 어떻게 진행할지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교사가 직접 교육을 해봐야 교육적 경험이 쌓인다. 이번 선거교육이 첫 시도인 만큼 참여한 교사들끼리 논의를 통해서 교육청에도 선거교육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교육과정에 선거권 연령을 내리자는 부분도 있는데, 몇 살부터 선거권을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곽 “만 16세부터 선거권을 줘도 된다. 학생들과 직접 관련된 교육감 선거부터 청소년 선거권을 줘야 한다. 지금 만 16세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범위는 20~30년 전 만 19세가 접할 수 있는 범위보다 수십 배가 넓다. 권리가 주어지면 관심을 갖게 된다. 만 16세까지 선거권이 부여된다면 학교에서 교육적인 원칙에 따라 학생들이 선거권을 책임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밖에 없다. 저희는 어려서부터 학생들이 학교 안팎 등 주위 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동선이나 공익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기 때문에 토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정치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경험한 학생이라면 만 16세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청소년 당사자나 학부모가 아닌 경우 교육감 선거나 교육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곽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다. 지금 학생들이 30년 뒤에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리더로 활동하게 된다. 사람의 생각은 초·중·고등학생 때 8할 이상이 결정된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인성과 시민성을 배운다면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건강해지고 민주주의는 강해진다. 우리의 정치가 제대로 잡히고 경제와 복지가 제대로 잡히면 우리의 노후가 안정된다.”

강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는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쪽의 정책을 내거는 후보가 있다면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해서 정형화된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여러 지식들 중 어떤 것이 자기에게 적합한지 판별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학력을 위한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키워내는 교육이 중요하다. 학력이 뛰어난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곽 “우리 사회가 이상할 정도로 경쟁 과잉이다. 학교에서부터 경쟁을 완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학교 간의 구조적인 격차 해소다. 학교마다 차이점은 있지만 격차가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건 곤란하다. 학생이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났건 어떤 동네에서 살건 학교 교육은 그 격차를 줄여줘야 되는데, 오히려 학생들 사이의 격차를 증폭시키는 교육정책이 많았다. 거꾸로 열약한 지역에 있는 학교, 학교 안에서는 성적이 중하위 30%인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적인 관심과 지원이 가게 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