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핵심을 비켜간 정부의 기초학력 보장 대책 / 강민정 징검다리 상임이사

지난 3월 28일 교육부는 2018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학업성취도평가는 2003년 표집 평가로 시작되어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는 전수평가(초6, 중3, 고1), 문재인 정부 하 표집평가(중3, 고2)를 거치며 지속되어왔다. 2018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동 평가 20% 이하인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특히 수학에서 11%가 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초1부터 고1까지 전국 모든 학교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기초학력보장법을 제정하며, 초등 고학년 학급을 줄이는 대신 저학년 학급을 늘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초등 1~2학년에 3학급 당 1명씩 보조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교육부의 발표에 다양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교육부 발표는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가.

교육은 국민에게는 권리이며 국가에게는 의무다. 12년의 공교육 기간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훈련시켜 배출하는 기간이 아니라 어린 국민 개개인이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성장하는 기간이어야 한다. 미래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고통을 인내하고 저당 잡히는 것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하게 배우며 성장한 결과가 국가와 사회 발전에도 부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공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 필요로 되는 언어와 수에 대한 문해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갖추게 할 의무가 있다. 사회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문해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은 끊임없이 변화·발전한다. 이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한 정책수립을 위해 국가는 교육성취에 대한 점검을 하여 정책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객관적 자료와 정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초1부터 고1까지의 전수평가는 아니다. 법이 없어서 못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교육에 관한 한 개별 사안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온갖 법들이 오히려 학교교육을 왜곡시켜 왔던 것이 현실이다. 지난 15년 동안 실시되었던 학업성취도평가는 기초학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한 진단도구인지에 대해 물어지지 않았다. 평가도구의 적절성은 평가목적과 개념의 정합성으로부터 도출된다. 그런데 지난 시기는 물론 정권이 바뀐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교육부가 문제 삼고 있는 기초학력 개념조차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교육부는 기초학력을 ‘3R과 그와 관련된 국어, 수학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진학률이 99%인 시대에 기초학력이 3R(읽기, 쓰기, 셈하기) 기능을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소수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는 기초학력 미달과는 다른 차원의 전문적 학습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기초학력 개념을 무엇으로 정의하든 공교육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포함한 그 이상의 지적·정서적·신체적 능력을 길러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학교 정규교육과정을 받는다면 이러한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 그렇다면 기초학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것은 학교 정규교육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 대책은 학교정규교육과정과 분리하여 기초학력문제를 별도로 떼어내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학교 정규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 문제가 온존된 채 아무리 새로운 기초학력 대책을 세우더라도 그것은 지금까지 대부분 정책이 그래왔던 것처럼 학교교육을 개선하지 못하고 기초학력문제 역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규교육과정에서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머지 공부를 한다고 기초학력이 높아질 거라 판단하는 것은 학생들을 철저히 정책 대상화하는 것이며 문제의 현상과 결과만을 주목하는 대증요법적이며 관료주의적 접근이다.

3%만 보던 시험을 100%로 확대하면 학력이 올라갈까?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대신 환자를 모두 진단해야 병이 낫는다고 얘기하는 의사를 만날 때의 황당함에 맞닥뜨리게 된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진단도구로 적절한지, 그 결과 20% 미만을 기초학력 미달로 규정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차치하고 일단 진단결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특히 수학이라는 부위에 병증이 깊다고 진단이 나왔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처방전을 찾아 모든 환자들이 동일한 병으로 고통받지 않게 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다.

병을 낫게 하고 재발을 예방하려면 영양상태와 위생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병증에 대한 직접적인 특약을 투여함과 동시에 영양과 위생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모든 사람들이 그 부실함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아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위생을 점검하는 이는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두세 시간만 수업을 해 보면 아이들 학습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문제는 진단을 해도 이를 해결할 여건과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대도시 아이들이나 농촌 소규모 학교 아이들을 똑같은 교과서로 가르쳐야 하는 학교, 획일적 공문과 지침에 의해 학교교육의 세세한 것들까지 규정되는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에 대한 진단에 맞는 처방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보조인력을 위한 예산을 쓰고 나머지 공부를 시키라는 대책 대신에 교사들이 정규교육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전문적 학습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3학급 당 1명씩, 그것도 수학시간에만 연간 800만 원 주는 보조인력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고비용을 들여서라도 전문성을 갖춘 특별한 치료단을 투입해야 한다.

학습곤란의 누적성을 고려할 때 초등 저학년 시기에 기초학습능력을 제대로 갖추게 하는 것은 무조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고학년과 맞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그 중요성에 걸맞게 과감하게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는 가장 경제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국민 개개인에게도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 평생 동안 삶의 질이 떨어지고 고통을 감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제가 아닌 한 기초학력 문제 역시 정규교육과정 문제의 산물이자 일부다. 교사들이 정규교육과정에 집중할 수 있게, 오로지 교육적 문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학습할 수 있게 교육환경을 개선하라. 그리고 난 후 교사와 학교에 공교육 책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라. 덧붙여 수학에서 다른 과목과 달리 특별한 학습곤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종합적이고 보다 심층적인 원인분석과 해법도 강구해야 한다.

적어도 촛불로 만들어진 정부의 기초학력 정책이라면 우리 교육문제를 근본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십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문제 하나하나를 파편적으로 대응해 본질은 놓치고 즉자적인 개별 정책 대안을 나열하여 학교를 괴물로 만드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 정책당국은 기초학력문제만을 떼어내 만들어진 대책이 기초학력은 물론 교육력 전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만은 그동안 무수히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의미 있는 학습효과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