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형 원격교육체제’를 비판한다 / 설진성 (도봉초등학교 교사, 홍사당 정책위원)
‘한국형 원격교육체제’를 비판한다

설진성 (도봉초등학교 교사, 홍사당 정책위원)
제목에 나오는 ‘한국형 원격교육체제’는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코로나-19로 촉발된 교육방법의 변화를 미래교육의 선진 모델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조어이다. 교육부는 에듀테크 산업계(네이버, 유비온, 클라썸, NHN 등)와 학계, 교사, 학부모, 학생으로 이루어진 ‘한국형 원격교육 정책 자문단’을 새롭게 구성하고 4.23일 첫 회의, 5월 1일 두 번째 회의를 열어 ㄴㄱ국형 원격교육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한국형 원격교육 정책 자문단의 회의 중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온라인 개학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이 경험을 미래교육으로 도약하는 교육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원격수업이 비상용이 아니라 상시적, 능동적으로 사용되도록 한국형 원격교육 시스템의 채비를 시작하겠다.”
시장논리가 좌우하는 온라인교육
몇 가지 연관된 신호들이 포착된다. 첫째, 교육부가 발 빠르게 한국형 원격교육체제를 준비하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온라인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그는 취임 3주년 기념 특별연설에서 경제 국난 극복을 위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4차 산업혁명 경제를 주도해 나갈 것을 말하며 온라인교육을 예로 들었다. 둘째, 교육부는 저출산 사회를 맞이하여 급감하는 학령인구에 맞추어 올해부터 교원 선발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2020년 올해를 기준으로 2040년에는 학령인구가 약 44%나 줄어드는 것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고교학점제는 온라인교육 상황에서 도입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 신호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종합하면 온라인교육시장이 철저히 시장논리에 맞추어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반 추천시스템과 온라인 강의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교육플렛폼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인건비가 많이 드는 교사보다는 온라인교육플렛폼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과연 온라인교육플렛폼은 현재 면대면 학교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은 대체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원격교육의 대체가능성
과연 학생과 학부모는 원격교육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입시전문업체 진학사에서는 고등학생 672명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에 대하여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학생들은 원격교육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 70%에 이르는 학생이 본인의 집중력과 수업의 질 모두 낮게 인식하였다. 숙제 및 수행평가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약 16%를 차지하고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 기기를 보느라 신체적으로 피곤하다는 응답도 16%에 이르렀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 수업을 일부 활용하는 것에는 약 60%의 학생들이 반대하였고, 찬성은 21.35%에 그쳤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교육부는 온라인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보고 강화하기 위하여 움직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선전은 미래교육이 온라인교육이라는 동치 논리이다. 온라인교육이 가지는 한계가 매우 분명한 것 같은데도, 이것이 시장의 논리와 경제성장의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되고 교육주체의 목소리가 잠식되어 버리는 상황은 없을 것인가? 이미 우리는 성장주도형 기획경제를 겪고 발전한 대한민국 사회이다. 현 정부가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서 나타난 경제성장을 경험삼아 소영웅주의적 충동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는 21세기 대한민국 경제 체질은 온라인교육 소비시장과 생산시장 및 유통시장의 확대만으로 고용시장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글에서 산업 성격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생략하고자 한다.
원격교육에 대한 현장 교사의 인식
대한민국 공교육을 이끌고 있는 주체세력에는 빼놓을 수 없는 교사가 있다. 공교육 교사들은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일시에 총체적으로 원격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원격교육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서울시 3개 학교와 초등과 중등교사가 분포되어 있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 홍사당 교원단체와 교육정책디자인네트워크에 온라인으로 설문을 배포하여 전체 76명의 교사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을 하였다. 초등학교가 78%이고 중등학교가 20%, 유치원이 2% 정도이다(표 1 참조).

먼저 “원격교육이 학교교육 안에서 면대면 방식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80%가 넘는 교사들이 학교교육 안에서 원격방식이 면대면 방식을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그림 1 참조). 대체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학교교육의 고유성이자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원격교육이 가지는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정체성을 충족할 수 없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에듀인뉴스, 2020.05.04.일자). 이렇게 현장교사들이 평가한 까닭은 그동안 면대면 방식이 가지고 있는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원격교육이 훼손하기 때문에 원격교육의 대체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의 토대 상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 정도의 교사들은 원격교육이 면대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학생과 교사 모두 정해진 시간에 현장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80% 정도(중복 허용)로 높게 나왔다. 맞춤형 개별화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과 1:1 피드백이 용이하다는 응답이 동일하게 40 % 정도(중복 허용)로 나왔다. 그 외에 온라인 환경의 은닉성으로 인하여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원격교육의 대체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교사들의 관점이 주로 개인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면대면 교실 환경에서 개별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현재 어려울 수 있는 수업 환경임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이 부진하여 수업활동에서 주변인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는 학생이나 교실 환경이 소란스럽거나 학습 열의가 부족한 동료로 인하여 방해 받고 싶지 않은 학생의 입장에서는 자유주의적인 온라인 수업환경이 더 편안할 수 있겠다.
학교교육의 근본적 가치가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개인의 자유주의적 시각은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개인의 과도한 자유만을 강조하는 시각에는 공동체로부터 탈주 현상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이탈 의도는 학교교육 혹은 공교육이 탄생한 근본적 토대인 시민공동체의 토대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시공간 안에서 밀집하여 살아가는 현대 시민사회 안에서 학생들이 민주시민이 되고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이 학교교육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교육을 통하여 부의 대물림 현상이 학력을 매개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교실에서마저도 개인적 자유를 극대화 하게 된다면 학교교육이 경제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높은 학업성취를 보이는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불신하고 내신과 수능을 위해 학원과 과외로 몰리는 현상이 있고, 저소득층일수록 인터넷 인프라, 돌봄, 문화적 소양 등이 부족한 경향이 있는 상황 속에서 학교에서마저도 개인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학교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학교붕괴를 가속화 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근원성 자각
원격교육이 면대면 방식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보는 교사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한 판단을 하였는가?

82%(중복 허용)의 교사들이 동료들과 상호작용이 부족해진다는 문제를 꼽았다. 또한 62%(중복 허용)의 교사들이 즉각적인 실시간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41%(중복 허용)의 교사는 고립되어 학습하는 방식에 문제점도 지적하였다. 34%(중복 허용)의 교사들이 온라인 환경 안에서 학습활동은 은닉성이 있어 문제라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23%(중복 허용)의 교사들은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범죄나 부도덕성이 원격수업에도 옮겨 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원격교육의 대체가능성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교사들은 대체적으로 상호작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학교교육은 끊임없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끼리 건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토대이다. 이 상호작용성은 앞의 개인 자유주의와 일정 정도 반대 입장에 서서 학교교육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015 개정 국가수준교육과정이 공동체 역량과 의사소통역량을 강조하고 있고, 제7차 개정 교육과정 이후로 지속적으로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환경, 서울시교육청에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강조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 맥락은 수업과 학습을 교과 지식을 답습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경험과 협력 속에서 가치 있는 지식과 태도를 재생산하는 과정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교사들은 공교육과 학교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국면에서 학습자의 의사소통성, 참여성, 협력적 태도를 일관되게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교사들이 학교교육의 고유성으로 교육 주체 간 상호작용을 강조한 것 속에는 공교육으로서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교육주체들 간 상호작용이 부족할 때, 교사의 조력 작용이 즉각적이고 즉시적으로 발휘되지 못할 때, 고립되어 학습할 때, 전인성이 드러나지 못하고 숨을 때 학교는 학생들의 민주시민성을 신장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시민성은 정보통신이 발전하는 21 세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교육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형 원격교육체제의 토대
한국형 원격교육체제 논의의 토대는 학교교육의 근원성이어야 하고, 민주시민성을 보장하는 테두리 안에서 온라인교육시장이 움직여야 한다.
면대면교육이 가능하지 못할 상황은 계속 펼쳐질 수 있다. 코로나-19는 종식될 때가 언제인지 판단이 안되는 상황, 미세먼지 및 황사는 갈수록 그 정도와 횟수가 많아지는 상황, 어느 때이던 대규모 감염병이 창궐할 수 있는 상황 등으로 인하여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말처럼 원격교육체제는 상시적으로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교육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할지라도 교육목적의 고유성이 의심된다면 발걸음을 멈추고 가던 길을 반추해 보아야 한다.
원격교육체제가 가져올 문제는 단순히 방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교육체제에서 민주시민성을 키우지 못하고 오히려 인간 소외의 길로 접어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교육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논의와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러한 점에서 원격교육체제가 가지는 여러 특징들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