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유부단할 시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손명선 상임이사


손명선 ,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내 인생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었음 좋겠어…
그니까 목적지를 정하면 알아서 최적의 길을 찾아주는 네비게이션 말이
지.”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가 한 말이다.
‘그런 게 어디 있겠어. 그 네비게이션 조차 제시된 길대로 못 가면 금방 다
른 길을 탐색해서 알려주는데…’
내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동안 친구도 스스로 알아서 말을 했다.

“ 맞어, 복잡해서 그래. 그래서 과정을 즐기라는 말이 나오는 건가 봐. 변수
가 워낙 많으니… 세상에 정해진 게 뭐가 있겠어? 그치. ”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노라면 여러 가지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
야 할 때가 많다. 공식적으로 묻는 여러 가지 설문조사에 대한 의견뿐만이
아니라 뉴스를 읽으며, 들으며, 순간순간 우리는 판단하고 결정하고 있다.
이것은 내 결정인가? 이것이 내 의견인가? 하고 돌아볼 때가 있다. 내 의
견은 결코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내 의견이란 것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속에 부유하고 있는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의견은 창
조하는 것이 아니니까.
의견은 들어보고, 따져보고, 균형을 맞추어보는 퍼즐조각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합의는 공유비전과 개인비전 사이 어디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의
견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 같은 것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무엇이 진짜 나의 이익이 될 것인가 하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러나 시간을
아무리 주어도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우유부단한 태도가 그립다.
우유부단의 뜻은 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갈팡질팡하며 고민만 하고 스
스로 주관적인 결단을 하지 못해, 상습적으로 유보하거나 끝내는 다른 이
의 선택이나 명령에만 따르게 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
다고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알고 있다.(나무위키)
그런데 『공자가어(孔子家語 ;공자의 생전에 한 법어를 모음)』에는 우유
(優柔)란 군자가 백성을 대하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태도를 뜻한다며, 이
말의 내포는 반대하고 욕하고 비판하는 소리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부단(不斷)이란 단정을 못 내린다는 뜻도 있지만 단절되
지 않는다는 뜻도 되고. 즉 우유부단이란,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사려 깊
게 일을 처리하면 그 모든 일이 파탄이 나지 않는다는 좋은 뜻으로 쓰이기
도 한다. (네이버블로그 다대포훈장에서)
코로나와 폭염으로 지친 2021년 8월을 보내고 있다. SNS가 활발한 한국
사회는 비대면 시절에도 온갖 곳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묻고 있다. 민
주주의는 시민들의 의견을 먹고 자라는 것 같다. 의견조차 사지선다, 단답
형에 묶여 있는 경우도 많다. 급하게 모아야 할 의견도 많고, 또 그 의견을
바탕으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많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우유부단할 시간이 허용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