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선거교육, 꼭 필요합니다” | 곽노현 이사장, 강민정 상임이사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곽노현 이사장·강민정 상임이사 인터뷰 “청소년 선거교육 꼭 필요합니다” | 주간경향

https://weekly.khan.co.kr/article/201806111546051

(인공지능 요약)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것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17개 중·고등학교에서 선거교육과 모의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대선 때도 청소년 모의선거가 있었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릅니다. 처음으로 공교육 체계, 즉 학교 수업 안에서 학생들에게 선거를 가르치고, 실제 교육감·시도지사 후보를 놓고 투표까지 해보게 한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68년부터,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거의 제도처럼 자리 잡은 모의선거를 우리 학교에도 심어보고 싶었습니다.

학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선거권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논쟁만 반복되지만, 정작 학생들이 유권자로 준비될 기회는 없었습니다. 12년의 공교육 과정 동안 몇 번이라도 유권자로서 고민해본 학생이라면, 사회에 나가 투표할 때 훨씬 더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고, 그 축제를 미리 경험해봐야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아쉬움도 있습니다. 저희가 애초에 구상한 사전교육은 지방자치제도, 선거의 의미, 후보 공약 평가와 토론까지 최소 세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마다 교육과정 여건이 달라 실제로는 그만큼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독일은 이미 수천 개 학교가 모의선거에 참여하고 있고 전면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첫걸음을 뗀 셈입니다. 앞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도록 계속 요구할 생각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도 예상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막상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성향과 무관하게 선거교육의 필요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합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참고하는 원칙이 1976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보이텔스바흐 합의’입니다. 교사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편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죠. 학생이 “선생님은 누굴 지지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할지 같은 현장의 고민들을 선생님들과 함께 모아 다음 교육에 반영하려 합니다. 교사도 직접 해봐야 경험이 쌓이는 법이니까요.

선거권 연령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이 있습니다. 만 16세부터는 투표권을 줘도 된다고 봅니다. 지금의 16세가 접하는 정보의 폭은 20~30년 전 19세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넓습니다. 권리가 주어지면 책임감도 따라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정치를 배우고 토론해본 학생이라면, 16세에 투표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혹자는 청소년 당사자나 학부모가 아닌 이상 교육감 선거나 교육정책에 관심이 떨어지는 게 현실 아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이 30년 뒤 사회 각 분야의 리더가 됩니다. 사람의 생각은 초·중·고 시기에 8할 이상 결정된다고 봅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인성과 시민성을 배운 아이들이 자라야 우리 공동체의 미래가 건강해지고, 정치와 경제, 복지가 제자리를 잡으며, 결국 우리 모두의 노후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교육정책을 판단하는 기준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후보의 공약은 신중히 살펴봐야 합니다. 정형화된 문제를 잘 푸는 능력보다, 스스로 지식을 판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성적이 뛰어난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좋은 정책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상할 정도로 경쟁이 과잉되어 있고, 그 시작은 학교 간 구조적 격차입니다. 부모의 배경이나 사는 동네와 상관없이 학교가 그 격차를 줄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격차를 벌리는 정책이 많았습니다. 열악한 지역의 학교,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가도록 교육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학교에서 선거교육과 모의선거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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