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만든 건 우리다 — 검찰과 국정원, 어찌 하오리까 | 곽노현
징검다리 교사정치학교 3강.
권력기관의 견제받지 않는 현실과 본격 개혁 방안: 검찰과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요약)
‘권력기관’이라는 이상한 말
권력기관이라는 말을 한번 따져보자. 참 이상한 말이다. 군대, 경찰, 검찰, 정보기관. 여기에 요즘은 좀 더 아는 사람들이 국세청, 공정위, 금융감독원도 끼워 넣는다. 시장 경제와 재벌 체제에 대한 규제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떤 기관도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기관들은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권한이라는 말의 한자를 보라. 권한(權限), 한계가 있는 권력이다. 법이 정해준 한계 속에서 움직이는 힘이 권한이다. 그 한계를 넘으면 안 된다. 그래서 ‘권력기관’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그냥 세칭 권력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이 기관들이 국민의 품에 있지 않고 대통령 1인에게 속한 권력이 돼버렸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자의적 권력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팔이 바로 이 기관들이다.
군대에서 검찰로, 그리고 국정원으로
군대의 쿠데타 가능성은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해체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벌이면서 수방사, 경비사, 방첩사 같은 직속 군부대를 동원했다. 장갑차를 타고 헬기를 타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해서 창문을 깨부수며 들어오는 장면을 우리가 TV 중계로 봤다. 군대는 여전히 위험한 조직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그나마 군인들의 소극적 임무 수행, 시민들의 적극적 저항, 야당의 신속한 해제 결의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막아냈다.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을 문민화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민간인 장관을 앉혀도 군의 반란은 상상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63년 김종필이 미국 CIA를 본 따 만든 중앙정보부, 이른바 중정 시절에는 그 기관이 정치를 쥐고 흔들었다. 유신 시대에는 다방에 들어가서도 사방을 둘러보며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얘기를 꺼냈다. 공무원이든 판검사든 장성이든 영관급이든 다 그렇게 살았다. 80년대에는 전두환이 보안사 사령관 출신이었기 때문에 보안사가 설쳤다. 그러다 87년 민주화 이후 법치가 강조되면서 검찰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독재에서 법치로 가면서 검찰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그 정점이 윤석열 정권이었다. 3년 내내 검찰 정권이었고, MB 정권은 철저한 국정원 정권이었다.
검찰이 가진 권한의 목록 — 이 나라에 이런 기관이 있다
검찰이 가진 권한의 목록을 한번 나열해보자. 우선 수사권이다. 스스로 사건을 포착하는 인지 수사권, 고소 고발을 받아서 하는 수사 개시권, 수사를 끝내는 수사 종결권.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경찰 수사를 종결시키거나 추가 수사를 시키거나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도 있다. 수사만이 아니다. 기소도 한다.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편의주의, 오직 검사만 기소할 수 있고 기소 여부는 완전히 검사의 재량이다. 수사한 사람이 기소도 하니 기소 통제가 안 이루어진다. 선수도 뛰고 심판도 뛰는 것과 같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판도 수행한다. 형이 나오면 형 집행권도 갖고 있다. 검사가 판단해서 형 집행을 정지하면 그냥 풀려나온다. 얼마나 큰 권한인지는 감방에 가본 사람만 안다. 그것도 검사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다. 검찰은 자신의 감독 기관을 장악하고 있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다. 모든 외청은 본부의 통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법무부의 차관을 시작으로 각종 실장, 국장, 과장까지 20개가 넘는 요직을 현직 검사가 장악하고 있다.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들은 법무부 인사가 아니라 검찰청 인사에 따라 움직인다. 1년마다 돌아가는 자리다. 법무행정의 전문성이 쌓일 리 없다. 검사들의 출세 가도 중 하나일 뿐이다. 국세청이 재무부를 장악하거나, 산림청이 농림수산부를 장악할 수 있나. 오직 검찰청만 법무부를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끝나지 않는다. 특별사법경찰, 이른바 특사경이 2만 명이다. 국세청, 관세청, 산림청, 식약청, 특허청, 노동청 등 각 부처 외청마다 있는 일반직 공무원들이 법적으로 경찰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 2만 명을 검사가 수사 지휘한다. 관세청 직원이 기업의 관세 포탈을 조사하다가 영장이 필요하면? 관할 검사가 쳐야 한다. 선배 검사가 변호사로 일하다가 귀신같이 알고 전화해서 영장을 안 쳐줄 수 있다. 이것이 어마막지한 비리의 온상이다. 행정부의 모든 청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이 아니라 사법부에 비견하는 검찰부라고 봐야 한다. 서울지방검찰청은 서울지방법원 옆에, 고등검찰청은 고등법원 옆에, 대검찰청은 대법원 옆에, 크기도 비슷하게 서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 — 2300명이 한 몸으로 움직인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약간 무섭지 않은가. 우리나라 검사 2300명은 각자 단독 관청이다. 법에 ‘검찰청은’이 아니라 ‘검사는’으로 권한의 주체가 표현돼 있다. 2300명 한 명 한 명이 독립 관청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독립 관청이면 판단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같은 사안인데 누구는 기소하고 누구는 봐주면 문제 아닌가. 그래서 나온 게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원칙의 실제 효과는 무엇인가. 검사 2300명을 검찰총장 휘하에 한 몸으로 묶어버리는 것이다. 어느 검사가 ‘이건 기소 못 하겠습니다’라고 버티면 검사장이 직무 배제권을 행사해 그 검사를 빼고 다른 검사를 시킬 수 있다. 판사로 치면, 판사 동일체 원칙을 만들어서 어느 판사가 ‘양심껏 무죄를 선고하겠다’고 하면 법원장이 들어와 ‘내가 할게, 유죄’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관료 중의 관료 아닌가. 검사는 독립 관청이라는 명분 아래 자율적 판단을 부여받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완벽한 관료 조직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검찰총장 하나만 잡으면 2300명을 다 잡는 구조다. 그리고 그 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 개혁이 놓친 것 — 인사권이라는 뇌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했으니 정치 검찰은 사라지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치 검찰이 되는 이유가 수사권 때문인가. 아니다. 검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2300명 검사 중에 검사장은 한 50명 남짓이다. 40대 1의 경쟁이다. 검사의 꿈은 검사장이 되는 것이다. 군인으로 치면 별을 다는 것이다. 검사장이 되면 검찰총장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걸 누가 정하나. 전적으로 대통령이다.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인사철마다 한다. 어느 정권이든 예외가 없다.
정치 검찰 윤석열 깡패 검찰을 없애겠다면서 왜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은 그대로 두는가. 수사기소 분리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정작 이 뇌관은 건드리지 않는다. 기소권만 해도 어마막지하다.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편의주의로 똘똘 뭉친 검찰이 봐주기를 하고 무리한 기소를 하는 것은 수사권 박탈 이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사권이 대통령 손에 있는 한, 정치 검찰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로 놓친 것은 법무부의 탈검찰화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후배 교수들과 3주간 연구해서 검찰 개혁안을 만들었을 때 첫 번째 항목이 바로 이것이었다. 강금실 장관이 법무부 문민화를 첫마디로 외쳤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천정배도 못 했다. 문재인 정부도 못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무부 직제령, 대통령령이다. 차관은 고등검사장급으로 한다, 법제실장은 검사장급으로 한다, 이런 조항들을 대통령령에서 빼버리면 된다. 대통령이 서명 하나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못 하나. 검찰이 똑똑해서 빠르게 일을 해주니까 쓸모가 있어서다. 물 내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사냥개 한 마리 갖고 있으면 통치에 너무 편하다. 그게 이 개혁을 가로막은 진짜 이유다.
세 번째 놓친 것은 시민주권이다. 나는 판사든 검사든 중대 사건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받을 권리는 본래 동료 시민에게 있었다. 동네에서 누군가 나쁜 짓을 하면 동네 원로들이 판결을 내렸다. 기소 여부도 이해관계 없는 동료 시민이 결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추첨으로 뽑은 배심원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배심이 필요하다. 검사의 기소 재량주의를 깨는 것이다. 미국은 그랜드 주리, 기소 대배심이 있다.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
괴물이 만들어진 이유 — 서로 써먹고 싶어서
어떻게 해서 이런 괴물 조직이 만들어졌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 검찰을 써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 정권 비리 수사로 사람을 줄줄이 엮어가면 국민이 박수를 친다. 그러면 검사가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 주체가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게 특히 길었다.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단죄할 것이 너무 많았고, 그사이 검찰은 계속 권력을 키웠다. 이재명 정부도 비슷한 유혹 앞에 있다. 빛의 혁명으로 집권했으니 써먹을 곳이 많다.
그리고 여기에 공포가 더해진다. 국회의원들이 검찰 인사권을 건드리자니 겁이 난다. 지역구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180명. 어디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검찰이 먼지 털이를 하고 트집 잡으면 어떡하나. 그러니 인사권이라는 뇌관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가 아니다.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다. 이게 진짜 이유다. 대통령이 자기의 권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해 행위가 필요한데, 그걸 할 자신감과 희생 정신이 없으면 못 한다. 근데 그걸 국민이 요구하기도 어렵다. ‘당신 권한 내려놓으세요’, 이게 우리 요구 목록에 잘 안 들어가 있다.
국정원 — 음지에서 활동하면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곳
비밀 정보기관은 웃으면 안 된다. 필요악이다. 국가 안보는 너무 중한 가치라서, 안보를 좀먹는 세력에 대해서는 엿듣고 미행하고 몰래 엿봐서라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예방해야 한다. 이미 벌어지면 떼는 느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이 라이센스를 준 기관이다. 국가 안보라는 중대한 가치를 위해 기본권 침해적 요소를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집단이니 그 애국심과 헌법에 대한 충성이 가장 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통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소련의 KGB 모델을 보라. 정보기관 사무실 안에 비밀 수사실이 있다. 국가 안보 저해 사범을 직접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끌고 가서 고문하고 암매장해도 아무도 모른다.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을 겸치면 인권 침해 여지가 너무 크다. 우리나라 중정 시절이 그랬다. 73년 10월 17일 밤에 국회의원 전원이 일제히 끌려갔다. 거꾸로 매달리고 수염이 뽑히고 방음 처리된 수사실에서 고문 기술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반국가 안보 기관이 순식간에 정권 안보 기관이 된 것이다. 반정권의 깃발을 들기만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데려가 조진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은 체계적이었다. 국가 안보 목적과 무관하게 정치인 전원을 사찰했다. 모든 장관, 공공기관장,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모든 판사와 검사. 중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판사가 어떤 입장인지를 미리 파악해서 대법원장이 아닌 법원행정처장에게 손을 쓰는 방식이었다. 간첩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납북 어부를 관찰하다가 한 건 올려야 할 때 조작을 섞으면 그럴듯하게 나온다. 당사자는 승진하고 포상금을 받고, 힘없는 시민만 인생이 망가졌다.
나는 1990년대에 직접 경험했다. 교육감 시절 내내 도청을 당했다. 하도 피가 나서 휴대전화를 바꿨더니 이틀 만에 다시 똑같은 음이 들렸다. 번호를 알아낸 것이다. 1995년부터 국정원 개혁 운동에 나섰다가 협박 전화를 무수히 받았다. ‘배때기 몇 센티도 안 되는 게 푹 쑤시면 암매장하면 그만이야’, ‘애 간수 잘해.’ 이런 말들이었다. 우리 어머니가 집 앞 150미터 떨어진 유치원까지 한 달을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실제로 그랬다.
‘내놔라 내 파일’ — 민간인 사찰 기록을 돌려달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 나는 1997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FBI 정보 공개 청구 운동을 들었던 기억을 꺼냈다. 사찰 기록을 공개 청구하면 새까맣게 지워서라도 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직했다.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 천 명이 넘게 참여해서 1500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냈다. 국정원이 다 기각했다. 그래서 명진 스님, 박재동 화백, 김인국 신부와 넷이서 테스트 소송을 냈다. 이겨서, 나는 총 62건의 교육감 시절 사찰 문건을 받아봤다. 10년 만이었다. 2010~2012년의 일을 2021년에 돌려받은 것이다. 국정원 직원이 교육청을 왔다 갔다 하며 첩보 문건을 올린 사람들이 상상이나 했겠는가. 10년 후에 내 손에 그 문건이 들어와 내가 읽고 있을 줄을.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도 사찰 문건 4건을 공개 받았다.
그런데 박지원 국정원장 시절, 과거 불법 사찰 문건을 본인에게 돌려주는 ‘내놔라 내 파일 특별법’을 국회에 만들어 달라고 공을 던졌지만 국회는 콧등으로도 안 들었다. 국정원은 ‘특정이 안 된다’는 억지를 부렸다. 사찰당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사찰당했는지 특정해야 청구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게 사찰의 특징인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 통제 — 국회가 갑이 돼야 한다
비밀 정보기관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러면 국민을 대신해서 누군가는 국정원의 비밀 파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원이 제대로 일하는지 알 수 있다. 그 역할은 국회 정보위가 해야 한다. 미국 의회의 정보위원회는 강력하다. 자료를 가져오라 하면 거부할 수 없다. 의원뿐 아니라 보좌관들도 비밀 취급 인가증을 받아서 직접 본다. 반면 우리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다른 상임위도 겸하는 바쁜 분들이다. 국정원에 실제로 가서 파일을 뒤질 시간도 여건도 없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국정원은 ‘국가 안보상 이유’라는 트럼프 카드를 갖고 있다. 으뜸패를 내놓는 순간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국정조사법에 의한 자료 제출도 거부할 수 있다. 국회가 요구해도 국정원장이 거부하면, 국회 정보위가 의결해서 국무총리에게 성명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국무총리가 일주일 안에 ‘이 문건은 국가 안보상 꼭 필요하다’는 보증을 써야 한다. 이걸 써주면 못 본다. 그런데 국정원장과 국무총리는 같은 팀이고, 여당이 정보위 과반수를 쥐고 있다. 이 절차가 한 번이라도 작동한 적이 있나. 없다. 사문화된 것이다.
전 세계 선진국은 공통적으로 국정원에 해당하는 기관을 사전에는 국회가 심사하고, 사후에는 독립된 전문가 위원회가 감독한다. 고충 진정을 받아 처리하는 기관도 있다. 캐나다, 호주, 영국이 다 그렇다. 미국은 독립 감찰관을 두고, 최고 비밀 인가증을 가진 감찰관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의회에서 뽑는다. 우리는 이런 장치가 없다. 검찰이든 국정원이든 권력은 다 주고 통제 기관은 없다. 제왕적 대통령이 꽉 잡고, 밑에서는 작은 제왕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군림하는 구조다.
뚫고 가야 위대한 개혁 정부가 된다
1997년 2월, 나는 미국과 독일 전문가를 초청해서 ‘비밀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법적 통제’라는 국제 심포지엄을 주최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독립 단체가 이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던 것이 그 하나였다.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기관의 용역을 받아 그 편에서 했다. 기관의 돈을 받고 기관을 위한 연구를 한 것이다. 그런 구조에서 올바른 개혁 담론이 나올 수 없다.
오늘 내가 한 얘기들을 들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다, 이상하다, 왜 이 단순한 진실이 제도화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 설명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어서, 써먹기 좋아서, 겁이 나서. 그런데 이걸 뚫고 가야 위대한 개혁 정부가 되는 것이다. 자기 기득권마저 내려놓을 때 국민이 박수를 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그 용감하고 담대한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검찰의 힘이 쪼그라든다. 더 이상 살아있는 권력 운운하며 겁을 주지 못한다. 깨어 있는 시민이 이 사실을 알고 요구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