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알면 부러워 죽을 나라 —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부한다 | 곽노현

징검다리 시민정치학교 2강.
제왕적대통령제의 9개 구성요소와 탈제왕화 방안

(인공지능 요약)

좋은 대통령이 있으면 제왕적이지 않다? — 이 통념부터 깨자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제왕적 대통령은 윤석열이나 박근혜나 이명박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생기는 것이고, 문재인이나 노무현이나 이재명 같은 사람이 되면 그 성격이 많이 줄어든다고. 맞는 말이다, 부분적으로는.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제왕적 권한을 절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월권을 하거나 권한을 남용해서 제왕이 된다고 생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월권이나 권한 남용을 하지 않아도 제왕적이다. 제도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여소야대를 겪고 있으니 제왕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게 틀렸다고 썼다. 여소야대가 되면 입법의 뒷받침을 못 받는 것뿐이다. 나머지 제왕적 권한은 하나도 건드려지지 않는다.

대통령제의 기원 — 임기 있는 군주로 태어났다

대통령제는 1789년 미국 헌법에서 탄생했다. 그때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이 막 터지던 시절이었고, 세상은 전부 왕정이었다. 절대 군주정이었다. 그러니 당시 필라델피아에 모인 미국 헌법 제정 대표들의 통념이 어땠겠나. 세상에는 당연히 임금님이 있어야 하고, 귀족도 있어야 하고, 노예가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들이 강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다 왕정이었으니까. 이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100일 동안 미국 헌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다 모인 건 한 달이 지나서였다. 보스턴에서, 메인주에서, 버지니아 남쪽에서 마차를 타고 오는데 비도 오고 진창에 빠지고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실제로 토론할 수 있었던 건 70일 정도였다.
이 대표들은 부유한 지주들이었다. 당시 농업 국가 미국에서 소수가 장원을 갖고 있었고, 다수 지배가 이루어지면 재산권이 침해될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다수의 지배는 열정과 변덕으로 흐른다, 그러면 폭민 정치가 된다, 재산권이 흔들린다. 이게 이 사람들의 핵심 공포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로마 공화정 모델이었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군주적 요소와 귀족적 요소와 민주적 요소를 혼합한 공화정.
폴리비우스라는 그리스 역사학자가 있다. 그가 로마 공화정의 지속 가능성은 혼합정에서 온다고 썼다. 군주정적 요소인 집정관, 귀족정적 요소인 원로원, 민주정적 요소인 호민관의 셋이 아름다운 견제와 균형을 이룬 것이 로마 공화정이 500년 넘게 지속된 비결이라는 것이다. 호민관은 평민만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로마 시내 안에서 호민관의 명령을 듣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죽일 수 있었다. 어마막지한 법이었다. 요즘도 미국 대통령제야말로 폴리비우스가 꿈꿨던 혼합정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제도 물신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혼합한 것을 영구불변한 진리인 양 이상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대의제다.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절대로 다수결로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 모든 정책과 입법은 100% 대표자에게 맡긴다. 보통 사람이 하는 것은 오직 대표자를 뽑는 것뿐이다. 민주주의를 선거 민주주의로 확 좁혀버린 것이다. 대통령제는 그렇게 임기 있는 군주로 설계됐다.
그런데 대통령제는 중남미로 건너가고 제3세계로 건너갈수록 대통령의 권한이 점점 강해졌다. 군부 독재 국가들이 대통령 권한을 자꾸 늘렸기 때문이다. 폼도 나고 권력도 세니까. 우리나라 박정희 유신 헌법이 그 극단이었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의회를 해산하고, 의회의 3분의 1을 유정회라고 해서 날로 먹었다. 과반수는 언제나 보장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헌법 조항의 잔재들이 87년 헌법 개정 때 충분히 정리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700만 표의 무게 — 대통령 권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

국회의원은 3만에서 5만 명한테 권력을 받는다. 기초단체장은 많아야 수십만 표.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는 300만에서 350만 표면 된다.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이 받은 게 1700만 표다. 4400만 유권자가 1년의 경선과 대선 과정 동안 후보들을 지켜보고, 뉴스를 보고, 친구들과 얘기하고, 온 집단 지성과 집단 열정을 쏟아부어 만들어내는 존재가 대통령이다. 최소 200시간씩 4천만 명이 신경을 쓰면 80억 시간이다. 100억 시간에 가까운 국민의 집단 에너지가 만들어낸 결정체다.
그러니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것은 진짜 무서운 일이다. 한 번 사랑을 줬고, 한 번 신뢰를 줬다. 그걸 쉽게 거둬들이기가 어렵다. 다음번에 찍을 사람이 있나도 봐야 하고, 타이밍도 생각해야 한다. 그 무거움이 대통령 권력의 물리적 크기를 만든다. 오죽하면 대통령 하늘이 낸다고 하겠는가.

국가 원수 플러스 행정 수반 — 한 사람이 두 역할을 한다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이다’라고 돼 있다. 이 두 가지를 한 사람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의원 내각제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내각 책임제 나라에서 이 두 역할은 두 사람이 나눠 한다. 국가 원수는 명목적인 간선 대통령이나 입헌 군주가 맡는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영국 왕도 의회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법적 권한이 있지만, 명예혁명 이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행사하는 순간 왕정이 폐지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두 역할을 대통령 한 사람이 한다. 외교 사절 150개국 대사 신임장 접수, 군 사열, 군 승진 인사 때마다 별 다는 장성들에게 삼정검 수여, 해사 공사 졸업식, 경찰대 졸업식, 부임하고 이임하는 대사들 만나는 일까지. 숨 쉴 시간이 없다. 5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도 모자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이 임기 마지막 날인 것처럼 죽을 각오로 한다’고 했을 때, 그건 진실일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을 알면 부러워서 죽을 것이다. 나 한국 대통령 하고 싶다, 미국 대통령 안 할래, 이럴 것 같다. 트럼프를 만나서 이 권한을 다섯 가지만 설명해줘도 ‘형님, 나하고 바꿉시다’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의 연방 대통령 권한 플러스 50개 주지사의 권한을 한 몸에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제라는 분권 장치가 있다. 우리는 단방 국가다. 그러니 그 모든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더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정부 법안이라는 게 없다. 미국 대통령은 공식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원내대표단과 의원들을 만나며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읍소하는 데 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직접 법안을 만들어 제출한다. 세상 편한 일이다. 그리고 감사원은 행정부를 감독하라고 있는 기관인데 대통령 밑에 놓여 있다. 이것은 의회에 줘야 하는 권력이다.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도 대통령이 7대 2로 지배한다. 3부 구성주의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니 대통령 몫 셋과 대법원장 몫 셋이 사실상 같은 편이 된다. 거기에 여당 몫까지 더하면 7대 2다. 정권이 바뀌는 순간 이 기관들이 확확 바뀌어버리는 이유다.

국무총리 — 의전·방탄·대독의 존재

국무총리는 헌법상 세 가지 권한을 갖는다. 국무위원 제청권,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 내각 통할권. 그런데 이 중에 실제로 작동하는 권한이 있나. 제청권은 단 한 번도 살아 있는 권한이 아니었다. 70년 동안 상시적 위헌이었다. 왜냐하면 국무총리의 권력은 오직 대통령의 지명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대통령은 아무 때나 ‘너 지금 해임이야’ 한마디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동의도 필요 없다. 유아 파이어, 집에 가면 된다.
그렇다면 총리는 실제로 뭘 하나. 의전을 대신 한다. 대독을 한다. 국회에 가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몸으로 받아낸다. 방탄이다. 총리의 실질적 역할은 대통령이 가야 할 자리에 대신 가서 시간을 세이브해주고, 국회에서 쏟아지는 화살과 총알을 대신 맞아주는 것이다. 맷집이 좋아야 하고, 능구렁이처럼 슬쩍슬쩍 넘어가야 한다. 교수 출신이 총리가 되는 이유는 정치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치 권력은 오직 대통령이 갖고 있으니까.
이것이 헌법의 설계 미스다. 국무위원 제청권은 내각 통할을 위해 총리에게 준 것이지만, 대통령제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내가 1500만 표를 받아 만들어낸 정치 권력으로, 나를 도울 내각을 꾸릴 권한이 총리한테 가 있다는 게 말이 되나. 해임 건의권은 내각 통할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제청권은 대통령제의 본질에 어긋난다.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이것을 고칠 생각을 안 했다. 지적인 게으름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9개의 기둥

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9개라고 쓴 적이 있다. 이 중 여섯 일곱 개는 법률이나 헌법으로 보장된 권한들이다. 그러니 개헌이나 입법 없이는 바꿀 수 없다. 핵심만 짚는다.
첫째, 검찰 인사권이다. 대통령이 검사 2300명 전원에 대한 인사권을 법률로 갖고 있다. 검사장이 되고 싶으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과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 검찰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 개혁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데, 그건 반쪽이다. 인사권이 대통령 손에 있는 한 정치 검찰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도 이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다. 이재명을 믿어서가 아니다. 이재명이 아니라 누가 해도 이것이 있는 이상 정치 검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대법원장 임명권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한다. 이것이 사법부 독립을 구조적으로 막는다. 법관 추천회의라는 제도가 유신 쿠데타 직전에 소집될 예정이었는데, 쿠데타로 영영 작동 못 했다. 그 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사법부를 인사로 지배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셋째, 3부 구성주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대통령 3분의 1, 국회 3분의 1, 대법원장 3분의 1로 구성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여당이 국회 과반수를 갖고 있으면, 실질적으로 7대 2 구도가 된다. 문재인 헌법안도 이 3부 구성주의를 답습했다. 제도 물신주의에 빠진 것이다.
넷째, 감사원 장악이다. 감사원은 행정부를 감독하라고 있는 기관인데 대통령 밑에 놓여 있다. 이것은 의회에 줘야 하는 권력이다. 다섯째, 법률안 제출권이다. 미국에는 정부 법안이 없다. 우리는 정부가 직접 법안을 만들어 제출한다. 여기에 군경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권, 국가 원수로서의 의전 독점, 국무총리 임명과 해임의 전권, 재벌 체제를 배경으로 한 금권 정치적 영향력까지 더해진다. 이것들이 합쳐져서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다.

재벌과 대통령 — 호루라기 불면 오는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할 때 재벌 10명 이상이 따라간다. 우리 눈에는 익숙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이 보면 이상한 장면이다. 대통령이 뜰 때마다 10대 20대 재벌이 자기 스케줄을 캔슬하고 거기 가는 게 무슨 시츄에이션이냐고 할 것이다. 이유가 있다. 죄가 많아서다. 대통령이 부리는 경찰과 검찰이 무섭기 때문에 호루라기 불면 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민낯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든다. 하나는 분단 상황에서 강력하고 신속한 외교 군사 안보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재벌 체제에서 금권 정치를 막으려면 압도적인 존재로서의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이유는 어느 정도 메이크센스 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통째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양당제와 대통령제 — 찰떡궁합이라는 통념의 거짓말

우리는 교과서에서 이렇게 배웠다. 대통령제는 양당제와 찰떡궁합이다. 다당제로 가면 프랑스 제4공화국처럼 20년 동안 40번 정부가 바뀌는 정치 불안정이 온다. 그러니 소선거구제로 양당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게 통념이 됐다. 그런데 이 통념이 틀렸다.
양당제 대통령제에서 여대야소가 되면 어떻게 되나. 제왕성이 따블이 된다.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여소야대가 되면? 입법의 뒷받침을 못 받는 식물 대통령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할 일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대통령의 다른 제왕적 권한들은 하나도 건드려지지 않는다. 윤석열이 여소야대 때 비상계엄을 꿈꿀 만큼 간땡이가 부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제왕적 권한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은 것이다. 제왕적도 식물적도 국민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반면 다당제가 되면 어떻게 되나. 과반수 정당이 없으니 연정을 해야 한다. 연정 파트너를 꼬시려면 자리를 나눠줘야 한다. 그리고 제왕적 노릇을 하는 순간 연정이 깨진다. 그러니 제왕성이 자동으로 억제된다. 식물 대통령도 없다. 연정 파트너와 합의한 프로그램으로 입법을 밀어붙일 수 있다. 제왕적도 식물적도 아닌 대통령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대통령제에 더 잘 맞는 건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다. 통념이 거꾸로였던 것이다.

국회 추천 총리제라는 사기 — 원포인트 개헌의 함정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들은 예외 없이 내각 책임제나 국회 추천 총리제를 주장한다. 5선 6선 7선, 20명씩 부하 의원을 거느린 계파 보스들이다. 이 사람들이 내각 책임제를 원하는 이유가 뭘까. 내각 책임제가 되면 이 사람들이 다음 정권을 만들어내는 보스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자민당처럼 계파 보스들이 연합해서 총리를 탄생시키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국민은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맛을 잃는다.
국회 추천 총리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을 생각해보라. 야당이 과반수 의원을 갖고 있으면 야당이 총리 후보를 추천할 것이다. 그러면 야당 총리를 데리고 일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면 외치와 내치를 나눠서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 틀 안에서 그건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이 함정을 본능적으로 안다. 우리 국민은 단 한 번도 국회의장급 계파 보스들의 책임총리론에 박수를 보낸 적이 없다.
원포인트 개헌을 하려면 선거 제도를 먼저 바꿔야 한다. 기초의회든 광역의회든 국회의원이든 다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선거 제도를 안 바꾸고 권력 구조만 손대는 것은 엉뚱한 순서다. 그리고 원포인트 개헌이라면 국민 발안제 개헌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 대리인이 대리인의 게임 룰을 바꾸게 해서는 안 된다.

법적 권한과 정치 권력 — 그리고 탈제왕화의 길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구별을 해야 한다. 법적 권한과 정치 권력은 다르다. 법적 권한은 있어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치 권력이 없으면 행사할 수 없다. 비상계엄권도 법적 권한으로 있다. 그런데 그것을 지혜롭게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단받는 순간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한다.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24번 행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가 정치 권력도 없이 법적 권한만 행사한 것이다. 발광체가 돌아가셨는데 반사가 되겠는가.
민주당 국회의원이 180명이어도 지지율이 50%라면 정치 권력은 실질적으로 150명 수준밖에 안 된다. 지지율이 40%라면 120명이다. 법적 권한과 정치 권력의 차이가 이렇게 난다. 180명이라는 숫자로 3분의 2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법적으로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권력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하면 죽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제왕화하는 방법은 이렇다. 검찰 인사권과 법관 인사권을 대통령과 대법원장으로부터 빼앗아 제3의 헌법 독립 기관에 줘야 한다. 3부 구성주의를 폐지해야 한다. 감사원을 의회로 옮겨야 한다. 국무총리 제청권을 없애고 해임 건의권만 남겨야 한다. 이것들을 하지 않고 대통령이 스스로 절제한다든가 당적을 버린다든가 하는 것은 큰 효과를 갖지 못한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나는 삼종 혼합 민주정을 제안한다. 선거 민주정을 근간으로 하되, 추첨 시민의회 같은 추첨 민주정과 국민 발안·국민 소환·국민 거부권 같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각자의 영역에서 결합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적절히 결합될 때 비로소 보통 사람들의 주권적 의지가 진정으로 존중받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인공지능 빅뱅 시대에 맞서는 민주주의 빅뱅은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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